이경일 회사원

전국시대 당시 최고의 유세객으로 소진과 장의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귀곡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유세(遊說)술을 배웠는데 소진(蘇秦)은 자기가 장의(張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장의는 학업을 마치고 유세하러 제후들을 찾아 다녔다. 가난했던 장의는 차림새 또한 남루했으며 초나라에 들어가 재상이었던 소양의집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을 때였다.

초(楚)나라 재상에게는 임금에게서 공로로 하사 받은 화씨의 벽(和氏之璧)이라는 당시 최고의 보물이 있었는데 자랑하기 위해 주연을 베풀었다. 서로 구경하며 돌려보는데 갑자기 근처 저수지에서 용오름 같은 회오리바람이 불어 그쪽을 모두 주시하다보니 구슬이 온데간데없이 없어졌다. 재상의 문하 사람들은 장의를 의심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의는 가난하기도 하지만 행실이 좋지 못해 손버릇이 사납습니다. 틀림없이 그자가 구슬을 훔쳤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모두 장의를 범인으로 몰아붙이고 심하게 매질을 해댔다.

끝까지 훔쳤다는 말을 하지 않아 갈비가 부러지며 몸이 심하게 망가졌다. 겨우 목숨만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집으로 간 장의는 아내에게 혀를 내밀며 “내 혓바닥이 아직 붙어 있는지 보아주시오.” 장의의 아내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아내는 피식 웃으며 “혀는 그대로 붙어 있소.” 그러자 장의가 힘주어 말했다. “그럼 됐소.” 아마 당시에 보험이 있었다면 소진과 장의 같은 유세객 들은 고가의 보험을 혀에 들었을 것이다.

이 무렵 친구 소진은 이미 조(趙)나라 임금을 설득하여 합종을 약속 받았지만 진(秦)나라가 제후들을 공격하여 합종약속이 깨져서 서로 등을 돌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때 장의는 최강국인 진나라로 향한다. 이미 조나라에서 벼슬을 한 소진은 사인(심복 부하)을 시켜 장의의 뒤를 봐주도록 했다. 물론 장의는 소진이 보낸 사인인지를 전혀 모르게 했다. 친구이기도 하지만 소진은 장의에 비해 자기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소진이 돌봐주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소진이 있는 조나라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 뒤 장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최강국 진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재상이 된 장의는 초나라의 재상 소양이 가장먼저 생각이 났다. 진 혜왕은 육국을 모두 쳐서 패자로 군림할 계책을 장의에게 묻는다. 장의는 때가 나에게 왔다고 생각하고 가장먼저 초나라를 치자고 한다. 혜왕역시 수락해 초나라 재상 소양에게 격문(檄文)을 보내는데 사실 협박장에 가까운 선전 포고였다.

“지난날 내가 당신과 술을 마셨을 때 나는 당신의 구슬을 훔치지 않았건만 당신은 나에게 심한 매질을 했었소. 이제는 당신의 나라를 잘 지키시오. 나는 당신 나라의 성읍을 훔치러 가겠소.” 이 무서운 장의의 격문을 받은 소양은 공포에 질려 잠이 오지 않았다. 당장 초나라를 치지는 않았지만 소진에 대항해 연횡책을 써서 소진의 계책을 무력화 시켰다. 최강국 재상의 입지를 활용하여 차츰 차츰 한나라씩 진나라에 복종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인데 당시 장의로서는 세치의 혀가 자기에게는 최고의 보물이었던 것이다. 설령 다리 한쪽이 부러졌다 해도 혀에는 비교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뒤 장의는 동문수학한 소진의 합종책을 무력화 시키고 이른바 연횡책을 진 혜왕은 받아들여 장의를 매우 신임하였다.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보물이 있을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평하기를 장의가 일을 꾸민 것은 소진보다 더 심한 데가 있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이 소진을 미워하는 까닭은 장의보다 먼저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의가 그의 단점을 들추어내고 자신의 주장을 유리하게 하여 연횡책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은 나라를 기울게 하는 참으로 위험한 인물 이었다고 하겠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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