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말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가래침 한 번 뱉고 시원하게 소변 볼 수 있는 집에서 살아야한다”고. 좀 거칠고 깨끗잖은 말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몸이 시키는 대로 이웃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집 한 칸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곰곰 생각하면 그분의 말씀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큰 욕심 부리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남에게 어떠한 불쾌감이나 불편함도, 피해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수십 억 원씩 하는 강남 아파트 보다는 초라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조금은 널따랗고, 담장이 쳐진 한옥처럼 편한 집이 없다는 소신이 보입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니고 나와 가족이 편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집에서 살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버리고 아파트에서 살아갑니다. 이웃과 단절된 내 가족만의 공간 생활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특히 여자들의 일감이 줄어 좋다고들 합니다. 과연 좋기만 할까요? 조금 달리 생각해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집’이 아파트입니다. 이웃은커녕 가족들에게 까지 나를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뛸 수도 없습니다. 이웃에 관심을 갖는 것조차 ‘실례’가 되는 집이 과연 좋은 집일까요?

이웃이 담배를 피운다고 신고하고, 아이가 뛰는 소리에도 폭언과 폭행, 심지어 살인까지 부르는 ‘집’이 ‘좋은 집’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옆집에 불이 나지 않는 한 아무 것도 알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않아야 한다니 너무 삭막하지 않습니까? 공중도덕이나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를 ‘집’에 가두어 놓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내가 사는 집이 아니고 내가 갇히는 집을 선택하는 것은 과연 옳고 잘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삶이 편하고 안전한 집이 ‘좋은 집’입니다. 몸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편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집이 좋은 집입니다. 옛날에는 8촌까지도 한 부엌에서 살았지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8촌이 그렇게 가까운 가족이라는 개념조차 없어졌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가까운 이웃과 친지, 친척들이 함께 모여 왁자지껄 웃고 떠들 ‘집’이 없으니 모이기조차 겁을 내는 세상이라니!

닫혀 있는 집은 감옥과 같습니다. 외롭고 따돌림 당하는 삶을 나만의 생활을 즐긴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웃은 모르고 나만 알고 살다보니 집 밖에서도 ‘우리’보다 ‘나’만을 앞세우며 살아갈 수밖에요. 모든 도로가 주차장이 돼버린 영광읍의 모습에서 배려와 예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만 좋고, 나만 편하고,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사람들의 도시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 도시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때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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