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여러 갈림길로 인하여 양을 잃었다는 뜻. 학문도 갈래가 너무 많아 참된 진리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전국시대 양자(楊朱 라고도하며 맹자와 동시대 사람)라는 사상가가 있었다. 위아설(爲我說) 즉 나의 정강이 털을 하나 뽑아서 천하가 이롭더라도 하지 말라고 주문했던 사상가다. 이토록 개인주의를 내세우는 학자였다.

어느 날, 이웃집에 양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하여 산으로 달아났다. 이웃 집 사람들은 모두 양을 찾으려고 산길을 해매고 있었다. 그 집 식구뿐 아니라 이웃인 양자네 식구도 모두 나와 야단법석 이었다. “아니 그까짓 양 한 마리 찾는데 왜 이리 요란을 떠는 거요?” 양자가 묻자 이웃사람이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양이 달아나 가보니 갈림길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양을 찾으러간 사람들은 모두가 빈손이었다.

양자는 시무룩해 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하루 종일 바깥을 나오지 않았다. 제자인 맹손양(孟孫陽)은 스승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아 선생님께서 왜 저러시냐고 선배인 심도자(心都子)에게 물었다. “선배님 선생님께서 이웃집 양한마리 잃은 것 때문에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있으신 게지, 함께 들어가 까닭을 알아보세.” 심도자가 짐짓 스승을 뵙고 물었다.

“어느 삼형제가 같은 스승 밑에서 유가(儒家)의 인의(仁義)를 배우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인의가 무엇인가’ 라고 물으니, 맏이는 ‘인의란 제 몸을 아끼고 명예를 뒤로 돌리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고 둘째는 ‘제 몸을 던져 명예를 지키는 것입니다’ 했으며 막내는 ‘제 몸과 명예를 다 보전하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답니다. 삼형제의 주장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유가에서 나온 것인데, 사부님께서는 누가 옳고 누가 틀리다고 생각 하십니까?”

양자는 돌려 빗대어 대답 했다. “물에 익숙하고 헤엄을 대단히 잘 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돈을 받고 배를 저어 사람들을 건너 주는 일을 했다네. 그런데 이사업이 잘되어 돈이 많이 벌리 자 그 일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지.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헤엄을 칠 줄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일을 채 배우기도 전에 물에 빠져 죽었지. 원래 일을 배우고자 한 것이지 물에 빠져 죽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건만 세상일이 이렇다네. 자네들이 보기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생각되는가?”

두 제자는 대꾸를 하지 못했다. 스승의 방에서 나온 뒤 맹손양이 심도자에게 물었다. “사부님이 하시는 말씀은 동문서답(東問西答)이라 도무지 알 수가 없는데 선배님께서는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알고말고. 선생님은 ‘큰 길을 나섰으나 갈림길이 많은 탓에 양을 잃었듯이 학문역시 갈래를 많이 두었기 때문에 본성을 잃었다. 그렇지만 학문의 근본은 역시 하나인즉, 근본으로 돌아가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고 비유해서 말씀하신 것이네. 양의 사건을 빌미로 학문 도야(陶冶)의 맹점(盲點)을 깨달으시고 기분이 우울하신 것이었지.” 이 이야기는 ≪열자(列子)≫ <설부(說符)>편에 나오는데 “대도(大道)는 많은 갈림길로 인해 양을 잃는다.” 는 구절에서 ‘다기망양’이 유래 되었다. 옛날 어른들의 말씀은 다기망양의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한 우물을 파라고 가르쳤다. 어떤 일을 할 때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해 실패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인데 확실한 주관을 가지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다.

학문이나 어떤 기술을 배우는데 있어서 그 배우는 방법이 지나치게 여러 가지가 있거나 지엽(枝葉)적인 것에 구애(拘礙)를 받게 되면 정작 얻으려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많은 교파와 종파들이 똑같은 주된 근본문제는 제쳐두고 하찮은 지엽말단(枝葉末端)의 형식을 놓고 왈가왈부 하는 현상도 다기망양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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