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반해 한국은 4년 연속 하락세다.

OECD 전체 회원국과 일 대 일로 견줘 봐도 한국은 바닥에 놓여있다. 회원국 중 지난 해 실업률이 악화된 나라는 칠레와 한국, 두 나라뿐이다. 그러나 칠레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은 했기 때문에 그다지 나쁜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한국의 고용상황만 악화 되고 있는 꼴이다.

청년 고용에 대한 지표도 지난해에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글로벌 추세에 비하면 여전히 심각하다. 전반적인 고용 위기에 처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걱정스런 징후다. 물론 정부도 고심하고 있다. 고용창출을 위해 국책을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기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업률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개선될 사안은 아니다. 경제의 큰 틀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얻어낼 수 있는 과실이기 때문이다. 인구 대국인 OECD 국가들은 내수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경기가 조금만 회복돼도 바로 고용신장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수출에 경제를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시장 활성화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더디다.

수출 주도 기업에 고용창출을 기대하기에는 그만큼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성장이 멈춰가고 있는 글로벌 추세 속에서 우리의 수출 규모가 언제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물 인터넷 등을 활용한 인공지능 산업과 같이 인력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4차산업 시대의 도래로 고용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게 당연하다.

글로벌 경제에만 기대지 않는 내수시장 규모 확장 정책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잘 알다시피 공익 추구형 민간 경제다. 복지에 관련된 폭넓은 해석을 토대로 일자리 모델을 창안해 작은 단위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해보자는 게 주된 취지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들은 청년‧경력단절 여성‧고령 인구 등 취약 층에 열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통합에도 기여한다.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은 고용정책이다.

사회적 경제가 중요시되면서 지자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 현실을 바탕에 둔 창안‧창직의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창의적 노력이 큰 몫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거시경제의 영역에서 차츰 씩 지자체의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그리고 지자체의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는 성장경제에 집중했던 국가 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내려 보내야 한다. 이 재원의 용처 또한 기업수익을 거치는 2차 순환의 틀이 아닌 직접 고용의 효과가 확장될 수 있도록 공익 추구형 항목에 집중해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도 크다. 우선 창의사업 발상을 무기로 정부와 교감해야 한다. 다리를 놓거나 신규 도로를 개설하는 개발시대의 예산 논리를 지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마을기업, 주민들의 지능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모델을 부단히 창안하고, 이러한 공익추구형 사업기획안을 토대로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일자리, 이제 지자체가 주도하는 시대가 됐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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