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일이 많아 몸을 돌보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일 때 쓰는 말이다. 강태공이후 최고의 지략가였던 제갈량에 관한 이야기다. 동양인에게 가장 많이 읽혀진 책이 삼국지라고 한다. 진수(陳壽)가 쓴 정사 삼국지를 명나라 초기에 나관중이 야사(野史)를 가하여 쓴 것이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다. 우리가 읽었다고 하는 삼국지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식소사번(食少事煩)은 여기 삼국연의에 나오는 이야기다.

234년 제갈량(諸葛亮)과 조조의 부하 사마의(司馬懿)와의 대치상태에서 나온다. 제갈량은 조조의 위(魏)나라를 차지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북벌을 감행했으나 그때마다 군량의 수송이 끊겨 성공하지 못했다. 결판을 내야겠다는 일념으로 군대를 양편으로 나누어 둔전제(屯田制: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이 장기전에 대비해 직접 농사를 지어 군량을 조달함)를 실시하여 장기전을 작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제갈량이 전략을 바꾸어 속전속결을 하려고 사마의에게 싸움을 걸었으나 사마의는 성문을 걸어 잠그고 지키기만 할뿐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격노하게 만들기 위해 여인들이 사용하는 두건과 머리장식들을 비꼬는 투로 보냈으나, 계략에 넘어갈 사마의가 아니었다.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사자에게 태연하게 제갈량의 근황을 물어본다. “지금 공명선생의 생활은 어떠하신지요? 식사는 잘 하십니까?” “서너 되를 먹습니다.” 다음으로 업무처리 상황을 묻자 사자가 대답한다. “곤장 20대 이상은 본인이 직접 살피십니다.” 사마의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갈공명이 어찌 오래 버틸 수가 있겠는가?”

사자가 오장원으로 돌아와 공명에게 갖추어 보고했다. “사마의는 두건과 여자 옷을 받으며 서신까지 보고도 결코 화내지 않고 승상의 침식과 일이 많은지 간단한지 여부를 물었으며, 결코 군사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묻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마의는 자기 제장들에게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번잡하니 어찌 오래 가겠는가.’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공명이 탄식했다. “그대는 나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구나.” 이후 서로대치한지 100여 일만에 제갈량은 병으로 군중에서 죽게 된다. 향년 54세로 많은 나이는 아니었으나 당시로서는 젊은 나이도 아니고 적당한 나이었다. 제갈량은 임종할 때 한중의 정군산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으며 산을 의지하여 무덤을 만들되 무덤은 관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소박하게 하고 염할 때는 평소 입던 옷으로 하고 제사용품은 쓰지 못하게 했다.

그 후 양의 등이 병력을 정비하고 퇴각하자, 백성들이 급히 사마의에게 달려가 공명의 죽음을 알렸고 사마의는 급하게 촉군을 뒤쫓아 갔다. 촉군 강유는 양의에게 명하여 군기를 반대로 하고 태고를 울리도록 하여 사마의를 향하는 것처럼 했다. 사마의는 이 모습을 보고 선뜻 달려들지 못하고 주춤하였다. 그래서 양의는 대열을 짜고 정돈된 모습으로 계곡으로 들어간 다음에야 상을 알렸다.

사마의가 물러났으므로 백성들은 속어를 지어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있는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라고 말했다. 어떤 이가 이를 사마의에게 보고하자 그는 “나는 산자는 상대할 수 있지만 죽은 자는 상대할 수 없다.” 라고 응대했다. 제갈량의 병명은 결핵이었다. ‘식소사번’이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맡은 일도 중요하지만 항상 나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내 건강, 내 생명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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