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나는 요즘 북한 산천을 자유롭게 유람한다. 새로운 산하, 사람, 맛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백두산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기 위해 매일 천지를 오른다. 구월산에서 임꺽정을 만난다. 대동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김삿갓을 생각한다. 군인들이 사라진 판문점 일대 평화지대에서 봄꽃을 감상하며 북한 동포들과 궁금했던 옛 얘기들을 나눈다. 김일성에서 김정은에 이르는 세월의 삶을 묻는다. 남북이 자유 왕래하는 날의 상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0개월은 유난히 안팎의 빛과 그림자가 짙었다. 안으로는 그의 소통 행보에 국민들이 환호했다. 최순실만 보며 세월을 보낸 박근혜와 너무 대조적이었다. 빛이다. 밖으로는 중국은 물론 미국‧일본 등과의 외교 관계는 매끄럽지 못했다. 무엇 하나 풀리는 것이 없었다. 김정은은 핵 공격 위협을 일삼았다. 트럼프는 대북 선제 타격 위협으로 맞받았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분위기가 계속됐다. 홍준표로 대표되는 보수정객들은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과를 ‘굴욕외교’ 라며 조롱했다. 미국이 우방인지 조차 헷갈렸다. 일본과도 찬바람만 불었다. 그림자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카드는 ‘신의 한 수’였다. 처음. 국내에서조차 비난의 소리가 컸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 대한 예우에도 비난이 따랐다.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반전의 카드였다.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으로 까지 급진전했다. 말 그대로 극적인 반전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얽히고설킨 남‧북‧미‧중‧일의 관계를 푸는 운전석에 문재인 대통령이 앉게 됐다. 극적 반전이다.

북미간 협상의 결과는 세계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남북은 물론 중국과 일본, 북한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풀릴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간 회담은 성공 가능성이 크다. 서로 주고받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데 엇나갈 까닭이 없다. 문 대통령에게는 협상의 성패를 가를 ‘조커’역할이 주어졌다. 관계국 모두가 사전에 문 대통령과 머리를 맞댈 것이다. 기회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외교적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60%대로 가라앉은 지지도가 70%중반으로 다시 치솟은 사실이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홍준표는 “분열과 반목을 책동하고 무책임한 정치로 국민을 현혹해왔다”거나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고 거짓 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1년도 못된 정권을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평화로의 길을 가고 있음이 분명한데 거짓선전이라고 폄훼한다. 발목잡기다.

물론 여당의 실패는 야당의 기회다. 그렇다고 실패하기를 바라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여당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미국으로 일본으로 싸돌아다니며 헛소리나 하는 것은 낭비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잃어버린 국민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까운 외화만 낭비하는 ‘영양가 없는’짓이다. 검사, 4선 의원, 당 대표, 재선 도지사라는 경력이 믿기지 않는다. 세금 아깝다.

국민은 문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 특히 최대 현안인 한반도 문제 해결의 ‘키맨’역할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남북의 평화 정착, 나아가 자유 왕래 까지도 상상한다. 외교적 성공은 인구와 일자리 등 국내 문제 성공을 견인할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통상 압력, 중국의 경제 제재 등의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 문제의 해결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희망이다.

이명박 정권은 DJ의 햇볕정책으로 이룬 남북 왕래의 창을 걸어 잠갔다. 대를 이은 박근혜는 개성공단마저 폐쇄했다. 누가 어디에서 봐도 역사의 후퇴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권은 성공해야 한다. 나의 상상이, 봄날의 꿈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신뢰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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