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부부는 닮는다’고 한다. 서양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25년간 함께 생활한 부부의 얼굴이나 표정이 정말로 닮아 가는지를 연구했다. 110명 즉 55쌍의 부부모습을 결혼 첫해에 사진으로 찍고 25년 후의 이들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인지 묘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배우자의 얼굴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대답했다.

25년 후 다시 부탁했다. 전체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쉽게 비교할 수 없었음에도 실험 참가자들은 배우자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 모습과 비슷하게 바뀌었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심리학이 전공인 자이언스는 그 원인을 식생활과 가정환경 일상생활에서 찾아보았다. 실험 참가자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살이 찌고 얼굴모양이 둥글어 져서 비슷해 보이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실험 대상자들 중에서 통통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도 얼굴 모습에서 닮아 있었기 때문에 이 가능성은 배제 시켰다. 또한 실험 대상자 모두 미국 동부로 같은 지역이므로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어서 물론 제외 시켰다. 하지만 대상자들 모두 뚱뚱하지 않았고, 같은 지역 출신이므로 그 원인들도 제외되었다. 또한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 비슷해지기보다는 결혼하는 단계에서 성격이 대체로 비슷한 상태를 선택할 것이라는 가설도 있었다. 이 가설은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이 나왔기에 뒤로 밀리게 되었다.

결국 자이언스가 내세운 가장 유력한 근거는 바로 ‘감정이입’이었다. 결혼한 부부는 배우자의 사고방식이나 주장에 서로 공감하게 되고 25년이라는 세월동안 함께 지내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느끼는 감정의 종류와 시기(猜忌)도 비슷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감정을 표현할 때 얼굴에 특정한 모양의 주름도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면 오랜 시간동안 감정적 공동체를 형성해서 살아온 부부는 동일한 감정을 비슷한 빈도로 느끼고 표현하고 이때 비슷한 얼굴 근육이 사용되어 진다. 그리고 늘 사용되는 얼굴 근육은 비슷한 얼굴근육을 형성하기 때문에 부부의 얼굴이 서로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얼굴에 나타나 감추려 해도 감추지 못한 상태로 표정으로 전달되며, 오랜 세월을 함께 생활하면 얼굴 주름까지도 비슷하게 닮아간다. 오랜 세월을 이렇게 함께하면 서로의 성격이나 취향, 심지어는 좋아하고 즐기는 음식까지도 비슷해진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 비슷해지기보다는 결혼하는 단계에서 성격이 비슷한 상대를 선택한 것이라는 가설이 더 유력하다. 자이언스가 말한 ‘닮는다’는 것은 생활이나 취향이 아니라 바로 얼굴 표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이언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즉 인간은 접촉이 많으면 가까워지고 대화하기가 더욱 편하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대를 설득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친분을 쌓아 냉담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주위를 기울여 상대방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