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울에 사는 1년 후배 보희였습니다. 옥자 누나네로 밥 먹으러 오랍니다. 누나가 해주는 밥은 정말 맛있습니다. 밥도 맛있지만 함께하는 얼굴들도 반갑고 대화는 더욱 맛있습니다. 누나는 저와 이웃에 살았었지요. 시를 쓰고, 노래와 여행을 즐기고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좋아합니다. 얼굴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 겸손하고 넉넉하며 따뜻함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밥상 앞에는 늘 보고 싶고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 앉습니다. 함께 하는 새 얼굴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 누나네서 밥 먹자고 하면 반가움과 기대가 교차합니다. 어제는 조기주 선생님과 친구인 서갑주 교수께서 오셨습니다. 서 교수님은 처음 뵙는 분이었습니다. 사촌 동생들과는 동에서 함께 자라 처음 뵙지만 친근감을 느꼈습니다.

돌아가신 제 큰 고모님의 안부를 물으실 정도로 고향 나들이를 못하셨더군요. 아직도 소녀 감성이 엿보이는 교수님의 기억 속에는 70여 년 전의 고향 모습과 그때 그 순간들이 생생히 살아 있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배우고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얼마지 않아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든 장면들이, 대화들은 그 자체로 영광의 역사였습니다. 조 선생님과 서 교수님이 엮어내는 장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 했습니다.

서 교수님께서는 최근 발간된 영광문학총서를 보고 고향을 찾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민립중학교 교장이던 조의현 선생의 문집은 영광을 찾지 않고는 배기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조의현 문집 에 수록된 민립중학교 교가를 펼쳐 들고 두 분이 합창을 하는 대목은 우리를 숨죽이게 했습니다.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박수와 앙코르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두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영광의 역사로 채록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두 분의 인생 역정은 영광의 역사 그 자체라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영광의 잊혀져가는 역사를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조기주 선생님의 제자인 박용국 전 교장선생께서 조 선생님과 작고하신 부군의 로맨스를 흉보듯 ‘폭로’하셨습니다. 조 선생님은 지금도 부군의 사진을 핸드백에 간직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맞받았습니다.

86세에 소녀로 돌아간 두 분과 함께한 맛있는 저녁은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그래도 시간여행은 언젠가 끝나는 것. “우리는 도동리 노인회관에서 밤새 못 나눈 얘기를 나눌란다.” 고난의 세월을 함께 건넌 두 분은 엊저녁 소녀로 돌아가 못 다한 얘기 보따리 다 풀어헤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노인은 걸어 다니는 박물관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생존해 계신 영광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의 기억을 소환해 기록하고 싶습니다. 언제든 불러 얘기해 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옥자 누나 고맙습니다.

□ 조일근(曺一根) 편집위원장 약력

생년월일 : 1951. 1. 8

본적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247

현 주소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중앙로 19

E-mail : jigpress@naver.com

□ 학력

1962. 2. 광주서석초등학교 졸업

1966. 2. 광주서중학교 졸업

1969. 2.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6. 2. 한양대 신문학과 졸업

1989. 9. 호남대 행정대학원 졸업(석사)

□ 경력

1976. 2-1978. 1. 전남매일신문 기자

1978. 1-1980. 11. 중앙일보 기자

1988. 5-1990. 4. 무등일보 경제부장

1991. 4-1998. 9. 광주매일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1998. 10-1999. 10. 광남일보 논설위원

1999. 10-2001. 5.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2002. 7-2004. 2. 광주광역시 체육회 상임부회장

프로축구 광주상무 단장

2015-현 영광문학기념사업회장

2016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부위원장

20대 총선 전남도 대책위원장

국민통합위원회 전남도위원장

19대 대선 전남공동선대위원장

2015-현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장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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