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전략 없는 무분별한 대기업 유치 및 신산업 투자, 혈세만 낭비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제7회 6.13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단체장 및 지방의원 후보자들이 앞 다투어 공약을 내밀고 있다. 특히,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안인 지역경제 회복 및 활성화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약들이 신산업 투자와 대기업 유치이지만,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기에, 모두가 실패가 예견되는 지역경제 회생 방안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산업경제의 기초 토대이자 뿌리인 과학기술·연구개발(역량)과 중소기업인데, 이 점을 항상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지방정부는 지역경제 회생 전략을 전략 없는 대기업 유치와 무분별한 중소기업 지원 및 신산업 투자, 지역축제 도입 등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러한 방식들은 실현가능성·효율성·실효성이 떨어져 말만 무성하고 정작 혈세만 낭비된 경우가 많았다. 중소기업 대상 기술혁신 인식 조사 결과(15.8.23), 정부 지원제도의 큰 문제는 정부주도 성과위주 정책 추진과 유사정책으로 인한 예산낭비라고 꼬집었다. 정부지원 제도를 경험한 기업은 41.4%에 불과하고, 지원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 및 전문인력, 자금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중소기업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정부, 과학기술에 20조원 이상 쏟아 붓지만, 그 성과 초라하기 짝이 없어

국가적인 과학기술·연구개발 투자는 성장잠재력 확충, 산업경쟁력 확보 등 미래 국가경제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는 약 20조원(총예산 5%) 이상 재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5%에 이르며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적인 연구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공공연구개발 투자대비 생산성(기술료수입/R&D 지출)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국가 기술경쟁력 대리지표인 기술무역수지비(기술수출/기술수입)는 적자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에서 과학기술·연구개발 분야에 돈은 많이 쓰는 데 어디론가 새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과학기술 예산을 투자하는 전략과 방향의 문제와 더불어 전달체계에서 배달사고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변에 깔린 더 큰 문제는 지방정부가 과학기술을 국가의 역할로만 한정해서 연구개발 투자에 소홀하고, 지역 자체 과학기술혁신체제 구축을 통한 전략적인 지역경제 전략을 구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지역과학기술혁신역량(2017) 진단 결과, 지역별 과학기술 혁신역량 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서울·경기·대전의 과학기술혁신역량 지수는 14점 이상인데, 기타 지역은 6~10점에 머물러 있어 저조한 역량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경기·대전조차도 과학기술혁신역량은 높지만,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지역은 자원·활동·네트워크·성과 등 모든 항목들이 저조하다. 이러한 상황은 수도권과 대전지역 외 전체적인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분명한 관계가 있다. 즉, 지역별로 과학기술혁신역량의 강점이 다르게 나타나기에 각 지방정부는 지역의 산업경제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과학기술혁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 표심 자극 어렵지만 평양냉면 같은 지역경제 회생 공약·전략 제안

앞으로의 지역경제 회생 전략의 주된 방향은 지역주도 과학기술 기획투자 및 산업경제 연계 전략 모색, 산업경제의 뿌리인 지역과학기술혁신역량 제고, 혁신주체인 지역의 공공과학기술연구소·중소기업·대학·주민 간 연계네트워크 강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독일 막스플랑크·프라운호퍼 연구소 처럼 지역소재 공공과학기술연구소가 지역사회 주민·중소기업·산학 협력에 적극 기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분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께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는 어려운 공약들을 몇 가지 제안 드린다. 상대적으로 몸에는 좋지만, 맛은 슴슴하다는 최근 남북 정상회담으로 유명해진 평양냉면 같은 공약이다.

첫째, 전략적인 지역자체 과학기술혁신역량을 제고하고 지역청년과학인재 양성이다. 0.2% 미만에 불과한 지역 과학기술 예산을 점진적 인상하고, 지역과학기술위원회 설립을 통해 지역특성을 살린 과학기술 기획투자 및 산업경제 연계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둘째, 이미 좀비가 되버린 광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지원센터와 통폐합 후, 중소기업에 대한 원스톱 홍보·지원과 더불어 실질적인 [중앙정부(연구소)-광역/기초지방정부(연구소)-대중소기업-노동조합-지역주민] 간 지역경제혁신 네트워크 협의체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독일 막스플랑크형 지역 산업경제 및 산학협력 기여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역소재 출연(연) 본원·지역조직 및 지역테크노파크를 활용하여 지역산업의 R&D 전담기관화, 지역중소(벤처)기업지원연구소 설립, 지역대학 간 공동연구·겸직연구교수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전략적인 과학기술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이 가장 근본적(fundamental)인 방안이기에 느리지만 가장 빠른 지역경제 회생 전략이다.

고광용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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