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이 둥근 세계에 평화를 주십사고 기도하지만/ 가시에 찔려 피나는 아픔은 날로 더해 갑니다/평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먼가요/ 얼마나 더 어둡게 부서져야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는 건가요/ 멀고도 가까운 나의 이웃에게/ 가깝고도 먼 내 안의 나에게/ 맑고 깊고 넓은 평화가 흘러 / 마침내 하나로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울겠습니다/ 얼마나 더 낮아지고 선해져야/ 평화의 열매 하나 얻을지/ 오늘은 꼭 일러주시면 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평화로 가는 길’이다.

우리 동포의 모두의 가슴에 박혀있는 오래고도 간절한 평화와 통일의 염원이 서렸다. 우리의 가슴 속에 크고 깊게 박혀있는 응어리가 보인다. 정말 많이도 아팠다. 울기도 많이 했다. 빛을, 평화를 찾아 헤맸다. 그 평화로 가는 길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문을 열었다. 몇 개의 문을 더 열어야 가슴 졸이지 않고 북녘 땅에서 평양 냉면 먹으며 오래 전 헤어진 우리 형제들과 웃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을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두 정상이 만난 지 1주일 만에 남북이 통일을 한단다. 30분 다른 시간의 통일. 시간의 통일 다음 순서는 공간의 통일이다. 꿈이 아니다. 남북통일이 첫발을 내디딘 것이 분명하다. 통일 ‘드라마’를 지켜본 지난주는 그래서 대한민국이 행복했다. 두 정상의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에 콧등이 찡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하던 모습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꿈은 이루어진다’ 는 말이 실감났다. 지금 한반도는 반만 년 역사상 가장 화려한 봄을 맞고 있다. 절망적 상황으로 치닫던 때가 엊그제다. 남북통일커녕 전쟁으로 한반도가, 한민족이 멸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크다고 전 세계가 걱정했다.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국의 현실이 슬프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걱정조차 할 수 없었다. 걱정해봐야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이 이명박근혜 정권이 남북의 창을 닫아버린 데서 시작됐다.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이어 개성공단 폐쇄 까지 민족 통일의 길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가까스로 연 문을 쉽게도 닫아버렸다. 문 대통령은 극한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를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초청 공연이란 카드는 절묘했다.

미국과 북한, 중국 까지 한국이 설 땅을 내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카드는 상황을 반전 시키는 특효약이 됐다. 절망을 희망으로, 나아가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반공과 멸공, 방첩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박정희의 후예들에게는 악몽일 테지만. 이제 남북은 거침없는 하이킥을 하며 대륙의 끝자락에서 세계평화의 중심이며 상징으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믿는다.

전 세계 3천여 명의 기자가 남북의 만남을 취재하기 위해 왔다. 한반도가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반증이다. 남북 자유 왕래는 한반도에 평화를,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북한의 눈부신 경제성장도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런데 박정희의 후예들은 오늘도 조국의 역사 발전을 방해하지 못해 안달이다. “위장평화 전술에 속고 있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남북의 평화공존이 그들의 설 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불안감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눈물을 흘리며 반기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모양이다. 그들에게는 민족도, 국가도 안중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재인 정권의 성공은 죽어도 못 보겠다는 속내가 너무 뻔히 보인다. 영원한 정권은 없다. 오만해지고 썩기 때문이다. 홍준표로 대표되는 박정희주의자들이 다시 정권을 잡고자 한다면 조국의 발전에 힘을 더해야 할 것이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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