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것 같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순풍에 돛단듯 하더니 태풍이 몰아칠 것 같은 분위기다.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이 생길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말고 늘 경계하라'는 경구(警句) 호사다마(好事多魔)가 가슴에 와 닿는 계절이다. 순풍에 돛단 듯 진행되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어느 날(16일) 갑자기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남북고위급회담을 갖기로 한 바로 그날이다. 가슴이 철렁한다. 드라마의 재미는 반전에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수록 관심은 높아진다. 시청률이 오르고 광고 수입도 많아진다. 각본 없는 드라마 ‘한반도 평화’는 첫 회부터 지구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주인공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경칭생략)은 단박 ‘톱 스타’가 됐다. 인기는 트럼프와 시진핑을 뛰어 넘었다. 남북고위급회담의 갑작스런 중단은 드라마의 첫 반전이다.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주인공인 문재인과 김정은이 어떻게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것인가에 궁금증과 관심이 폭등하고 있다. 첫 번째 반전은 트럼프를 제3의 주연으로 끌어들였다. 트럼프는 드라마의 중단을 원하지 않고 있다. 드라마 ‘한반도 평화’는 지구촌에 계속 방영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보 없는 협상은 없다. 김정은이 먼저 ‘통 큰’ 양보를 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트럼프가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 보여줄 차례다. 국민들은 남북고위급회담 무산이라는 반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드라마는 계속될 것으로 믿고있다. 아니, 믿고 싶어 한다. 대부분 그 결과는 ‘맑음’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그 ‘맑음’이 대한민국에 축복을 가져오리라 예상한다. 실제 그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북한의 산림녹화 계획에 이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비롯한 제조업과 건설업계도 몸을 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목포에서 열차를 타고 중국 대륙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유럽의 끝까지 여행하는 꿈이 현실이 될 날을 기다리는 국민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남북 자유왕래는 이제 실현 가능한 국민적 여망이 됐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개성이 강한 김정은과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둘 모두로부터 조금씩 양보를 끌어내기.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에 의한 변수 줄이기 등이 모두 문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문 대통령이 이 같은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 민족과 국가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풀어낼 기회다. 반도의 반쪽에 갇혀 전전긍긍 이어온 역사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보고 싶은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비극도 끝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이 모든 문제들을 풀어낼 열쇠이기도 하다. 불안한 경제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협상 결과는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 국제사회의 ‘변방’에서 ‘중앙’으로, 전쟁 위험지역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22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문 대통령이 조정자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김정은도, 트럼프도 문 대통령이 조정자 역할을 잘해주길 고대하는 모습이다. 두 번째반전을 기대한다. 다음달 12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믿는다.

김정은의 북한에도, 트럼프의 미국에도 협상이 결렬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작은 부동산 거래에도 중개인이 필요하다. 핵무기를 놓고 벌이는 큰 협상에서 중재자는 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중대한 역할이다. 문대통령이 협상 성패의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남북고위급회담부터 열려야 한다. 대세에 지장 없는 통큰 양보도 해야 한다. 태영호에게
국회에서 김정은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게한 것과 같은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반만 년 역사상 가장 소중한 기회, 중요한 시기다. 우리 모두는 드라마 ‘한반도 평화’의 성공을 기원해야 한다. 어떠한 반전도 ‘해피 엔딩’의 극대화를 위한 과정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떤 반전에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냉정하게 드라마를 이어가야 한다. 문 대통령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민적 성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남북 자유왕래 시대가 열리기를 가슴조리며 기다린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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