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어느 날 갑자기 북미회담을 취소했습니다.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와 숨도 돌리기 전입니다. 대단히 애매한 어법이지만 분명 취소였습니다.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금치 못했습니다. 트럼프에게 ‘미쳤다’고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미국 부대통령에게 ‘얼뜨기’라고 한 북측이 ‘매를 벌고 있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가하면 북측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좌파와 우파의 반응이 상반되는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실망하는 분들에게 “꽃샘추위 정도 아니겠느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상대로 북측이 살짝 꼬리를 내렸습니다. 하루 뒤 트럼프는 다시 회담 가능성을 말했습니다. 또 하루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남‧북‧미 모두가 만족할 결과를 끌어냈습니다. 6‧12 북미 회담도, 남북 간의 문제도 순풍에 돛단 듯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가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될 가능성에 가슴이 설렙니다.

남북 간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도 갖기로 했다니 ‘한반도의 봄’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올 것입니다. 벌써부터 못 가본 조국의 반쪽 땅에 입맞춤 하며 덩실덩실 춤출 날이 기다려집니다. 한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취소 선언을 한 트럼프의 무례도 용서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유치한 ‘밀당’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덜컥 거리는 장면도 연출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해피 엔딩’일 것으로 믿습니다.

남‧북‧미 3국 정상들이 보여준 ‘내공’은 대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거래의 달인’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밀당’ 솜씨도 나이에 걸맞지 않게 수준급 이상임을 과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운전자’ 역할이야말로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마치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측했다는 듯 김 위원장을 만나 났습니다. “위장평화 쇼에 속고 있다”는 비아냥을 비웃는 듯한 솜씨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 동포들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눠온 세월을 끝내는 것입니다. 한라에서 백두 까지, 우리 강산을 맘껏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날은 한반도 역사의 분기점입니다.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서 한반도의 위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그날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북한이 주적(主敵)이라는 생각부터 지워야 할 것입니다. 남북 대결의 역사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묻지 않아야 합니다. 북한 동포들을 따뜻하게 껴안아야 합니다. 그것은 남쪽, 대한민국 국민의 몫입니다.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한반도의 봄’을 가져온 주역들에게 노벨 평화상을 준다면 찬성해야 할지 반대해야 할지 고민 입니다. 소록도에서 50년 가까운 세월 한센인들을 보살핀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수녀님들에 대한 노벨 평화상 수상을 범국민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 맞지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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