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신문고는 조선시대에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풀어 해결하지 못한 자들이 대궐 앞에 설치된 북을 쳐서 국왕에게 직접 알릴 수 있도록 한 소원 제도이다. 1401년(태종 1) 7월에 조선 개국 이래의 혼란과 재상과 훈신이 중심이 된 정치를 극복하고 국가의 안정과 국왕을 중심으로 한 정치를 구현하려는 태종의 통치철학에서 비롯됐다.

원래의 이름은 등문고였다. 중국 송나라 건국 초기 등문고라 불리는 소원제도를 그대로 본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세세한 시행절차를 만들면서 신문고로 바뀌었다. 신문고도 역작용이 적지 않았다. 무고성 격고가 많았다.

모든 백성이 누구난 격고할 수 있었지만, 대궐 앞이라는 북이 설치된 장소의 한계와 당시의 엄격한 신분체계 때문에 오히려 서울에 사는 양반이나 관리만 이용하게 되는 폐단도 있었다. 이들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격고할 때가 많았다.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폐지와 재설치를 반복하면서 조선 말까지 유지가 되긴 했지만 활발하게 운영된 것은 태종·문종 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6월 19일 영광에도 신문고가 울린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영광군을 직접 방문해 군민들의 고충민원을 수렴하는 ‘이동 신문고’가 군청 대회의실에서 운영된다. 군민이면 누구든지 일반 행정에서 소비자 피해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상담이 가능하다. 인근 함평, 장성군민에게도 참여의 길이 열려있다. 낙월면의 경우 권익위원회, 서해어업관리단으로 구성된 별도의 상담 팀이 방문하여 맞춤상담을 진행한다.

한편, 적극 참여를 당부하는 군의 자세도 돋보인다. 영광군의 이런 노력은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고충민원 처리 실태 평가 결과 전국 82개 군 중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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