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 염산초등학교 교사

새로운 학년의 시작을 앞두고는 항상 긴장과 설렘이 공존한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1년을 보내게 될까? 다가올 새 학년도에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 때, 나는 여느 해와는 다른 특별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앞으로 함께할 1학년 신입생 중에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 두 분이 계시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께서 학교에 입학해서 공부한다는 것은 그동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나 보았던 것이었는데 그게 우리 반이라니!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에 깜짝 놀랐고 걱정도 되었다. 과연 어떤 분들이실지, 그분들 보시기엔 한참 나이 어린 내가 앞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에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1학년 철부지 녀석들과 같이 생활하시면서 불편하지는 않으실지…. 새로운 학년의 시작을 앞둔 나는 여느 해보다도 더 긴장해 있었다.

드디어 만나게 된 특별한 학생, 우리 어머님들(우리 반 아이들은 할머니라고 부르고, 나는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처음 만나자 먼저 나에게 공손하고 예의바르게 인사하시던 우리 어머님들, 당신들보다 인생 경험도 적고 모르는 것 많은 나에게 당신들의 선생님으로 인정하며 잘 부탁한다고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선생님으로서 나를 받아들이시고 교사의 권위를 존중하는 모습에서 내가 걱정했던 것은 정말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에 입학하게 된 이유를 여쭤보니 평생을 사시며 학교를 한 번도 못 다녀본 것이 너무 아쉬웠다고 하시며 학교생활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배움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보다 강한 우리 어머님들과 함께 드디어 우리들의 특별한 1년이 시작되었다.

1학년 학생들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알아나간다. 짝을 만나고, 자기소개를 하고 친구에 대해 알아나가고, 발표하는 방법을 배우고, 줄을 서서 이동하고, 점심을 먹을 때 순서대로 음식을 담아 먹고, 청소하고,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것 등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한다. 우리 어머님들도 다른 1학년 친구들과 똑같이 열심히 배우신다. 공부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집중해서 잘 듣고, 시키지 않은 글씨 쓰기도 스스로 연습하고 책을 읽는 모습은 우리 반 으뜸이시다. 그리고 아이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주셔서 우리 반에서 인기가 많은 두 분이시기도 하다.

고령이시라 온전히 참여하기 어려운 교육 활동들도 있다. 이를 테면 달리기와 같은 체육 활동들에는 직접 참여하시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 운동회를 함께 하시고는 “이런 게 운동회라는 것을 알았다”고 하시며 몇 년 만에 참 즐거웠던 시간었다고 하셨다. 또 스케이트 체험 학습을 같이 갔을 때에는 아이들이 링크 안에서 타는 모습을 보며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마음만은 1학년 친구들과 다를 바 없으시다.

우리 반에 정말 좋은 영향력을 주고 계신 두 분께서 현재도 건강한 상태로 학교에 다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앞으로도 아프지 마시고 계속 우리 반 학생으로 계셔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 두 어머님들, 염산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신하영 염산초등학교 교사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