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지난번 국회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상식을 벗어난 짓을 또한번 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 처리는 항상 후폭풍이 따르기 마련인데 특히 지난번 사안은 하나같이 비리 혐의 내용이었다. 그 중 하나는 수년동안 검찰수사만 세 번째 진행되고 있는 묶고 또 묶는 사건이다.

더욱이 취업비리, 공천거래, 검찰부실수사 및 외압논란이라는 뇌관을 여러개 장착한 사건임에도 이를 부결시킨 국회의원들은 정말 꿋꿋했다. 홍XX, 염XX 의원의 소속정당인 자유한국당은 부결 결과에 대해 ‘불구속 수사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졌다’는 입장을 내놓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정도 되면 화가 난나는 감정을 넘어 ‘왜 이럴까’는 합리적 궁금증이 뒤따른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 사건도 ‘소나기만 피하면 곧 잊힐 것’이라는 관성적 기대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억울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근거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잘못에 대해 순간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어쩌면 곧 잊어주는 아량을 베풀어 왔기 때문이다. 충분히 인정이 가는 관행이라고 할까?

특히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은 2016년 총선 전에 이미 문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관련의혹을 받는 염XX, 권XX 의원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의원으로 당당히 당선되었다. 물론 2016년 2월 이 사건을 접수하고서도 1년이 넘도록 조용히 묻고 있었던 검찰의 행태가 그들의 당당함을 도왔다는 여론이고 분위기였다. 또한 홍XX의원의 비리혐의 발생시점도 20대 총선 이전이었지만 그도 19대에 이어 20대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어떻게든 검찰의 수사만 막고 언론과 관련자들의 입만 막으면 다수 유권자들은 이를 모를테고 또 곧 잊히는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 언론보도, 관련자들의 제보를 틀어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원칙적으로 봉쇄하지 않는 한 현직 의원들의 과감한 행태를 뿌리 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익명에 기댄 국회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체포 동의안 처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수활동비 사용,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관행, 세비관련 오래된 논란에 대한 대처 등은 모두 이 익명성을 벗겨내지 못해 발생하는 일들이다. 특히 국회 활동비 논란은 이미 20년 세월이 흘러 해묵은 문제지만 여전히 해결 방안이 오리무중이다.

대법원은 2018년 5월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두 번째로 내렸지만 여전히 특수활동비 정보는 국민들의 손에 닿아있지 않다. 시민단체 소송으로 2004년에도 대법원은 정보공개 판결을 했지만 그때도 결국 국회는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미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에 결과가 뻔했음에도 국회는 법정 논란 제2라운드를 벌였고 기어이 대법원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갔다. 아울러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관행이 문제가 되었을때도 20대 국회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놓았을뿐 기존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또한 매년 국회의원의 세비내역을 둘러싼 논란이 연례행사처럼 제기 될 때도 관련 법규를 제대로 정비해서 정보를 공개하는 대신 그때 ‘소나기만 피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무엇보다 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두려워하게 만들려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할 일이 아니라 국회 자체를 대상으로 ‘끝까지 간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익명성을 걷어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들고 또 법규를 반드시 정비하고 개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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