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1980년대 아시아의 경제 대국 일본이 미국에 이어 제2위로 부각되자 구미 각국에서 일본 벤치마킹 붐이 일기 시작했다. 일본의 발전은 집단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단주의 체제를 잘만 운영한다면 1+1=2가 아니라 3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시너지(synergy) 효과(效果)를 낼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달랐던 일본과 서구 개인주의 성향은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1.5~1.8정도에 머무는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학자들이 이 문제의 해결점을 찾다가 사회적 태만이라고 부르는 경제학에서 무임승차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일의 심리학자 막스 링겔만(Max Ringelmann)은 집단으로 팀을 이루어 하는 경기 줄다리기를 통해 개인적인 공헌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수치로 환산하여 표시해 보았다.

한 사람이 있는 힘껏 당겼을 때를 100으로 잡고 2명, 3명, 8명으로 이루어진 각 그룹들은 200, 300, 800으로 보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 상식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실망스럽게 나왔다. 2명일 때는 93%, 3명일 때, 85%, 8명일 때는 겨우 49%의 힘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많이 참여 할수록 개인적인 공헌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수강 과목에서도 개인이 아니고 팀을 이루어 리포트를 작성할 경우 가장 많은 문제가 바로 여기에서 말한 사회적 태만을 야기하는 무임승차다. 한 팀에 소속되면 모두 같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정말 힘써서 적극적으로 한 사람과 대충 묻어가면서 모임에도 빠지기도 하는데 같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전통 정서상 이런 일로 다투거나 싸운다거나 교수님에게 일러바친다면 소인배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그러나 사회가 공평하다고나할까? 나중에 사회생활하면서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된다. 보통 이런 학생들은 편한 것에 대한 맛을 봤기 때문에 또 이런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고 큰 불이익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초상이 나면 구성지게 만가(輓歌)를 부르며 상여가 나간다. 상여를 메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굉장히 무겁게 느껴진다.

같은 무게를 혼자서 짊어진다면 가볍게 갈 것인데 여럿이서 메면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이것도 바로 ‘링겔만 법칙’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내가 동료보다 힘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가 생산성이 자본주의보다 떨어지는 이유도 ‘링겔만 효과’와 연관이 매우 깊다. 말하자면 혼자서 일할 때보다 집단 속에서 일할 때가, 노력을 덜 하기 때문에 능률이 떨어지므로 생산성이 낮지는 것은 당연하다.

링겔만 효과는 집단속에서 개인의 잘잘못이 확실하지 않을 때 주로 나타난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책임과는 달리 집단의 이름으로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면 개인의 익명성이라는 그늘에 숨어 능력껏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팀의 규모가 클수록 구성원의 개인에 대한 책임이나 기여도가 어려워져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그러므로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일처럼 생각하고 해야 되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집단전체에 대한 평가는 물론 구성원 개개인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함은 물론 팀 전체와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보상하며 참여 동기도 부여하면 해결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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