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의 세상읽기] 오보한 기상청을 위한 변론

고광용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기상청은 이번 태풍 ‘솔릭’의 예측에도 비교적 오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일 오전까지 ‘솔릭’이 최초 충남 서해안, 23일 저녁에는 전북 군산, 전남 영광 상륙으로 예상경로를 바꿔갔다. 하지만 결국, ‘솔릭’은 예상보다 더욱 밑인 전남 목포로 상륙을 했다. 또한 기상청은 그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 전역에 ‘솔릭’의 영향이 강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솔릭’은 기상청의 예상과 달리 이동속도는 늦었다가 빨라졌으며, 육지 상륙이후 급격히 그 세력을 잃어 약한 태풍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태풍 ‘솔릭’으로 인한 피해는 ‘양치기 소년’처럼 되어서 준비를 대단히 잘한 반면, 실제 태풍의 영향력이 약하다보니, 피해규모는 전국에 실종 1명, 부상 2명 등 인명 피해도 적었으며 재산피해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록 기상청의 이번 ‘솔릭’의 진로 및 영향력 예측은 틀렸지만, 옹호를 하고자 한다.

통계학에서 1종 오류와 2종 오류가 있다. 오류란, 예측한 것이 실제와 차이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1종 오류란 귀무가설이 실제로 참이지만, 귀무가설을 기각하는 오류다. 실제 음성인 데, 양성으로 판정하는 경우로, 알파 오류라고도 한다. 반면, 2종 오류란, 귀무가설이 실제 거짓이지만, 귀무가설을 채택하는 오류다. 실제 양성인 것을 음성으로 판정하는 경우로, 베타 오류라고도 한다.

오류가 문제이긴 하나, 어디에서든 어느 순간,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최소화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비교적 적은 오차로 기상예보를 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오보는 가능하다. 지진, 태풍, 폭우와 같이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예기치 않은 변수를 종합하여 1~2가지 시나리오로 결론을 내리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솔릭’의 이동방향이 영향력의 예측을 1·2종 오류에 적용하면, (귀무)가설은 ‘솔릭이 강력한 비바람이 유지되는 큰 태풍으로 한반도에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1종 오류는 이 가설이 참(강한 태풍+큰 피해)인데, 기상청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2종 오류는 이 가설이 거짓(실제 약한 태풍+적은 피해)인데, 기상청이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바로 2종 오류를 범한 것이다. 실제 ‘솔릭’이 육지 상륙이후, 세력이 약해져 약한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신이 아닌 이상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자연재난은 대비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자연재난에 관한 예측 및 대비 관련 의사결정은 1종 오류보다 2종 오류가 낫다. 그래서 이번 기상청의 오보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덮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이번 ‘솔릭’의 경험을 거름으로 삼아 기상청은 1종 오류는 물론이고, 2종 오류 또한 최소화하여 ‘구라청’, ‘오보청’과 같은 오명을 벗어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남 영광군은 기상청이 늦긴 했지만, 영광 상륙을 예보했기에 비교적 선제적 대응을 통해 시설물 붕괴, 농경지 침수, 산사태 등 예상되는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혹시 피해가 조금이라도 발생한 농·어가에 정부와 영광군의 아낌없는 복구지원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