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주역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이며 어려운 학문으로 간주되는 사서삼경중의 하나다. 음과 양 그리고 화, 토, 금, 수, 목 다섯 개의 오행으로 우주 삼라만상을 담아낸다. 음과 양은 달과 태양 오행은 태양의 궤도를 도는 다섯 개의 천체를 말하는데 이것으로 어찌 이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매우 궁금해 한다.

그러나 디지털의 세계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은 0, 1 둘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개의 숫자로 문자와 그림 음악 등 여러 가지 모든 것을 다 표현하는 것이 디지털의 세계다. 동양에서 먼저 발달한 음양사상을 서양인으로서 최초로 접한 학자는 근대 서양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라이프니츠(Wilhelm Leibniz;1646~1716)였다. 마테오리치 등의 선교사를 통해 동양사상을 접했다고 한다.

라이프니츠가 음양사상을 공부한 것은 그의 논문에서 <이진법 산술에 관해서>라는 제목에서 밝히고 있다. ‘0, 1 두 기호로만을 사용하여 이진법의 효용 및 동양의 괘상의 의미에 관한 고찰’이라는 긴 부제를 달고 있다. 이렇게 보면 그가 이진법으로 나타냈던 가감승제는 주역의 64괘나 384효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디지털의 원래 모델로 보는 학자들이 아주 많다. 그렇다면 0, 1로만 구성된 디지털문명 역시 동양에서 비롯된 원조였다는 것이다.

이 주역은 모든 세상의 것은 쉬지 않고 변한다는 것이 주역의 근본 원리인데, 역설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시간이 길게 진행된다는 것뿐이다. 왕조도 기업도 우리의 생각도 이데올로기도 주역에서는 변화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에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동의하지만 흐름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선험적 예지를 중시한 동양에서는 계절의 변화나 달이차고 기우는 것을 통해 변하는 것이 우주의 본질임을 깨달아 변화의 이치를 파헤친 학문이 주역이다.

즉 음과 양 두 개의 핵심적인 요소를 가지고 변화의 이치를 담아냈다. 말하자면 음의 기운이 다하면 양의 기운이 성하고 양의 기운이 다하면 다시 음의 기운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라고 하여 주역의 핵심사상으로 보았다. 첫째, 궁은 양적 변화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극에 달하면 변화가 일어나고 이렇게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궁극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렇게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더운 여름이가고 시원한 가을이 오는 것처럼 보이지 않던 힘든 문제도 극에 달하면 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셋째로 통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다. 이를테면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단계와 같은 것이다. 넷째는 구인데 평화가 계속 이어지는 단계다. 이 단계는 사람이 느슨해져 언제까지나 안락이 지속 될 줄 알고 편한 것에 젖어 안일하게 지낸다. 그리하여 다시 궁에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음과 양 이 두 기운은 씨줄과 날줄로 직물을 짜듯이 교차 하면서 만들어 지는 것이 64개의 괘와 384개의 효로 세상의 이치와 변화의 추이를 담아내 주역으로 우리에게 가르친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치열한 경쟁자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 설 때를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기업 환경은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시장이 변하고, 소비자도 변함에 따라 기술도 변해야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가 살기 위해서 쉬지 않고 추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경쟁력이 없이 독주할 수 있는 시장을 블루오션 이라고 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은 경쟁자 없이 손쉽게 잘 나갈 수 있지만 금방 경쟁자가 나타나 피터지게 싸우는 레드오션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블루오션을 선호한다. 그러나 블루오션을 일종의 연금술 같은 것이다.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몸과 마음을 바로 잡으려면 주역의 지혜를 접목 시켜보면 어떨까.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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