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세상 흐름에 발맞추어 함께 변화해가는 것을 말한다. 전국시대 초나라 굴원(屈原)은 우국지사이면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어부사(漁父詞)에 그의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후세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고문진보의 나오는 어부사는 『굴원이 추방당하여 강담을 거닐며 시조를 읊조리는데 안색이 초췌하고 얼굴과 몸이 생기가 없어 보였다. 어부가 그 모습을 측은하게 여기며 묻기를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십니까? 어쩌다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까?” 하고 물었다. 굴원이 대답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술에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이 깨어 있었소. 그래서 쫓겨난 것이오.”

어부가 말했다. “지혜와 덕을 겸비한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변하여 흐름에 옮겨가는 것이오. 세상 사람들이 다 흐린데, 어찌하여 그 진흙을 휘저어 그 물결을 일으키지 않았소? 모든 사람들이 다 취해있다면 어째서 그 술지게미를 먹고 박주를 마시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처신하다가 스스로 추방을 당하였습니까?”

굴원이 말했다.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갓을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합니다. 어찌 결백한 몸으로 그 더러운 것들을 받아 드릴 수 있겠소. 차라리 상강에 가서 물고기 배 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결백한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어부는 빙그레 웃으면서 노로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면서 떠나갔다. “창랑에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으면 되고, 창랑에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면 될 것을.” 하면서 떠나가 다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당시 초(楚)나라의 상황은 강대국 진나라에 압박을 받고 있었다. 굴원의 주장은 제(齊)나라와 동맹해서 진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합종책(合從策)을 주장하였으나 반대세력에 밀려 묵살되었다. 굴원의 간언을 뒤로한 초나라 회왕(懷王)은 오히려 제나라와 단교하고 막내아들 자란의 권유로 진나라와 가깝게 지내려고 진나라를 방문했다가 억류되어 결국은 죽고 말았다. 그 후 경양왕이 즉위할 때 다시 등용되었으나 자란이 영윤이 되어 자기 아버지를 객사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누명을 씌워 귀양을 보내자, 거기에서 방랑하다가 멱라수(冪羅水)에 몸을 던져 죽었다.

여기서 ‘여세추이(與世推移)’가 유래 했는데 이글의 작자는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초사(楚辭)에는 굴원 작품으로 되었지만 첫머리에 굴원기방(屈原旣放: 굴원이 쫓겨나) 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후세에 그의 청렴성을 가르치려고 충정(忠貞)을 애모(哀慕)하여 지은 것이라고 보는 설이 설득력이 강하다. 굴원이 은둔(隱遁)생활을 하다가 현자인 한 어부를 만나 속세와 동화할 수 없는 굴원의 심정을 묘사한 것으로 간결하면서도 굴원의 성격이 지극히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어부와 청렴하면서도 강직한 굴원 두 현인 간에 서로 다른 가치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대사회에서도 굴원 같은 우국지사들이 가끔 보인다. 청렴하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청렴성이 실천하지 못하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비리가 많아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작은 잘못에도 불의를 참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청렴을 사명으로 알고 살아왔기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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