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상추밭에 똥 싼 개’란 말이 있다. 한번만 싸도 늘 그 개의 짓 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적발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어 알려지게 되면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고 만다. 예를 들어 어떤 전과자가 있는데 전과사실을 몰랐을 때는 보통으로 평범하게 대하다가, 전과사실이 알려지면 과거에 범죄자라는 사실만으로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의 경력이 현재의 인물 평가에 영향을 미칠 때 사회심리학에서 '낙인효과'라고 한다. 범죄학뿐 아니라 사회심리학·정치학·경제학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기업에서 만들어낸 상품에도 이와 동일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모 회사 제품이 불량품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그 회사 제품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시멜로 이야기》를 쓴 세계적인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1948~)의 2011년 발표된 《바보 빅터》라는 책에서 낙인 효과의 상황을 볼 수 있다. 훗날 국제멘사협회(I Q 148이상을 가진 자 들의 모임) 회장이 된 빅터 세리브리아코프(Vitor Serebriakoff:1912~2000)는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다. 빅터는 학창시절 말이 어눌하고 더듬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성장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IQ 검사를 했고 선생님은 IQ가 73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후 빅터는 말더듬이에 저능아라고 조롱을 받아 도저히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상의하여 학교를 자퇴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비소에서 정비 일을 돕고 있었다. 그 후 군에 입대하는 과정에서 다시 IQ테스트를 하게 되는데 161이라는 높은 수치가 나와 자기가 천재임을 알게 된다.

신기하게도 I Q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은연중에 천재로 행세 했다고 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자기가 천재인 것을 알고 있는 빅터는 어느 날 도로변에서 최고의 천재를 뽑는다는 광고를 보게 된다. 그 광고는 어려운 수학문제인데도 그 문제를 빅터는 쉽게 해결했다. 그는 이 문제를 풀어서 여자 친구를 통해 정해진 날짜에 해답을 제출했다. 다른 사람들이 풀지 못한 문제의 정답을 맞힌 빅터는 그 회사에 특채로 입사 하게 된다.

천재였던 빅터가 바보로 떨어진 계기는 초등학교시절 말을 더듬는 빅터의 IQ가 높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한 담임선생님 이었다. IQ 173이었는데 오타라고 생각하고 73이라고 빅터에게 알려준 것이 낙인이 되어 천재가 일순간에 천치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빅터는 회사에서 천재로 인정받고 생활 하게 된다. 낙인 효과는 사회제도를 근거로 해서 특정인을 범죄자로 인식하게 되면 결국 그 사람이 범죄자가 된다는 이론에서 유래한다.

사람이 아니라 국가 간에도 낙인효과는 존재한다. 냉전이후 미국은 자국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들을 불량국가로 주관적으로 규정하고 그 가운데 이란·이라크·북한을 악의 축으로 낙인찍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 다른 나라들에게 자국과 뜻을 같이 할 것을 강요 한다. 강요에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이 국가들이 악마의 국가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편견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꺾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편견들은 결국 또다시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 악순환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 동양에서 공자님 말씀에 중호지 필찰언(衆好之 必察焉) 중오지 필찰언(衆惡之 必察焉) 여러 사람들이 그것(그 사람)을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그 이유를 스스로 살펴야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그 사람)을 혐오 하더라도 반드시 그 이유를 스스로 살펴야 한다고 《논어》 <위령공편>에서 말했다. 공자의 이 말씀은 주위사람들의 시각에 덩달아 따르지 말고 내가 신중하게 살펴서 행동하면 실수가 적다고 가르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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