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사람이 더 많이 모여 토론하고 그 능력을 발휘한다면 더욱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한고조 유방(劉邦)이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후의 일이다. 진나라를 멸망시킬 때 일등공신중의 한사람인 제(齊)왕 한신(韓信)에게서 군사를 빼앗고 초나라 왕 으로 봉했다. 그런데 그전에 항우의 부하로 함께 있으면서 한신과 절친했던 종리매가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러 왔다.

평소에 종리매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한 유방은 종리매가 언제 들고 일어날지 항상 걱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한신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초나라에 칙명을 보내 종리매를 잡아 압송할 것을 요구했다. 한신은 매우 난감했으나 차마 친구를 사지에 보낼 수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마냥 미룰 수만 없는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한신이 종리매와 더불어 한나라에 모반을 꾀한다는 모함이 유방의 귀에 들어간다.

천하명장인 한신을 무력으로 진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방은 중신들을 소집하여 의견을 물었다. 진평(陳平)의 계책에 따라 초나라 땅인 운몽에 각 제후들을 회동 시켰다.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는 한신에게 누군가가 종리매의 수급을 가지고 유방을 알현하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한신은 종리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종리매의 의견을 듣는데, 종리매는 한신을 어리석다고 꾸짖으며 그 자리에서 칼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만다.

한신은 유방에게 그 목을 바쳤지만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간신히 죽음만을 면한 채 회음후로 강등되고 말았다. 그 후 한신을 포함한 장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재능의 높고 낮음을 이야기 하면서 각각 한사람씩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한신의 차례가 돌아왔다. 유방이 먼저 한신에게 묻는다. “나는 얼마정도의 군사를 거느릴 수 있겠는가?” “폐하는 십만 명 정도면 적당합니다.” 유방이 또 물었다. “그럼 그대는 얼마정도 거느릴 수 있는가?”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유방은 심히 불쾌했으나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다다익선이라면 어째서 그대 같은 유능한자가 내 밑에 있단 말인가?” 한신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한신은 아차 말실수를 했구나 하면서도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대답한다. “폐하는 군졸들을 거느리는 데는 능하지 못하지만 나 같은 장수들을 거느리는 데는 훌륭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신이 폐하에게 묶인 까닭입니다. 폐하는 하늘이 주신 것이지 사람의 힘이 아닙니다.”

그 후 유방은 한신을 죽이려고 작정했는데 마침 진희와 모반을 하려고 모의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유방이 멀리 떠나고 없을 때 소하와 짜고 한신을 모반죄로 여태후가 무사를 시켜 포박하여 한신의 목을 베니 명장치고 너무 허무하게 죽었다. 한신은 죽으면서 전에 책사 괴통의 독립을 받아들이지 못해 아녀자의 손에 죽어가니 이것도 운명이 아니랴!

사마천은 사기에서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워 겸양한 태도로 자기의 공로를 뽐내지 않았더라면 한나라에 대한 공훈은 주나라를 세울 때 협력한 주공, 소공, 태공망 등에 비견할 수 있고 후세에 사당에서 제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고 힘쓰지 않고 천하가 이미 안정된 뒤에 반역을 꾀했으니 삼족이 멸망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하며 안타까워했다.

한신이 ‘다다익선’을 적절치 못하게 사용하여 죽임을 당했지만 나중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반대말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의미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상대의 심기를 자극하는 말을 사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