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같은 처지의 사람을 서로 교감하며 돕기도 한다. 춘추시대(春秋時代)에서 전국시대(戰國時代)로 넘어가는 시기에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와 쌍벽을 이룬 오자서(伍子胥) 이야기다. 오자서는 원래 초나라에서 대대로 유명한 가문의 둘째아들로 명성이 높았으나 부친 오사(伍奢)와 형 오상(伍尙)이 죄도 없이 초평왕 에게 죽임을 당하자 오(吳)나라로 망명하여 거지꼴로 구걸하다시피하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갈 때의 이야기다.

그때 생면부지의 사람이 오자서 에게 뜬금없이 한마디 한다. “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아는데 당신은 사람을 잘 만나 길을 찾으면 큰일을 할 인물이요. 지금 행색은 초라하지만 가슴에 원한과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는 사람이니 말이요. 만약 내말이 틀렸다면 나를 벌하여도 좋소.” 그렇게 말한 사람은 당시 관상의 대가로 소문난 피리(被離)라는 사람이었다.

오자서는 이 말을 듣자 그를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나의 처지를 어찌 그리 꿰뚫어 보시오. 기왕이면 나를 도와주시오. 나중에 이 은혜는 반드시 갚으리다.” 피리는 곧바로 오나라 공자 광(光)에게 소개해 주는데 그가 후일 그 유명한 오나라 왕 합려(闔閭)다. 당시 광은 혁명을 일으켜 오나라 왕권을 쥐려고 야심을 품고 있었던 때라 오자서를 마다 할 수가 없었다.

현재 왕은 사촌동생 요(僚)가 앉아 있었는데 오자서를 참모로 하여 전저라는 자객을 설득해 결국 요를 죽이고 광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합려는 왕위에 오르자 오자서를 일등공신으로 올리니 오자서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오자서에게 어느 날 뜻밖의 인물이 찾아오는데 초나라 평왕 에게 무함을 받아 죄 없이 죽어간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위해 오나라로 망명한 백비(伯嚭)라는 사람이었다.

눈물로 하소연하는 백비를 오자서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오왕 합려 에게 천거하여 백비를 대부 벼슬에 올려놓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피리는 이제는 자기와 같은 대부로 있는 백비를 보고 오자서를 찾아가 한마디 충고를 한다. “공은 어찌하여 백비 같은 인물을 끌어들여 스스로 화근을 만들려는 겁니까?” 피리가 뜬금없는 말을 하자 오자서는 깜짝 놀라며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은 눈초리가 매와 흡사하고 걸음걸이는 호랑이와 같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자기 출세를 위한일이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매우 악상(惡想)의 소유자입니다.” 관상을 잘 보기로 소문난 피리지만 오자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 사람의 아버지는 나와 마찬가지로 역적의 모함으로 돌아가셨으니, 그와 나는 처지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상가(河上歌)란 노래구절에 이런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같은 병은 서로 불쌍히 여기고,(同病相憐) 같은 근심은 서로 구해주네.(同憂相救)’ 그러니 내가 백비를 돕는 것은 인간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니겠소.”

그 후 오나라가 전쟁에 승리하여 강대국이 되고 안정이 되자 백비는 자기 출세를 위하여 옛 은인이었던 오자서를 모함하여 그를 결국은 죽음의 함정으로 빠지게 만든다. 말하자면 은혜를 원수로 갚은 셈이 되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