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희 군서초등학교 교감

교감으로 청운의 꿈을 품고 영광스런 영광에 와서 군서교육 공동체가 된 것도 어느 덧 2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교단에 들어선 학교와 마지막으로 퇴임한 학교는 정말 못 잊는다’던데, 제가 초임 교감한 군서초도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또한 함께 동고동락하며 만들어간 2년 여의 기간 동안 함께한 직원들, 특히나 신규교사들과의 특별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바야흐로 2017. 2월, 정년퇴임, 도시권 근교 등의 이동으로 유난히 빈자리가 많은 우리학교에 교감인 저의 고민은 교무를 비롯한 부장교사를 맡아줄 인성, 실력과 책임감 가진 교사가 전입해 오실 것인가였습니다. 하지만 전임 교장선생님께서는 본교에 남자교사를 우선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원하셨습니다. 두근거림으로 인사발표를 기다렸는데, 남교사 3명중 2명의 신규교사가 배치된 것이 우리 신규교사와 푸르른 만남이셨습니다. 앳된 목소리로 전화하시고는 학교로 오신 남선생님들로 인해 교무실은 푸르름이 가득 찼습니다.

그중 한 분이 K선생님이셨는데, 컴퓨터와 운동을 좋아하신다하셨습니다. 공익근무를 교육청에서 해봤다하셔서, 사무처리 능력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와 체육업무를 부탁드렸더니, 3월이 되기전 전화가 3번 쯤 걸려왔었습니다. ‘체육만 맡으면 안되느냐, 연구 업무면 연구부장님이 따로 계시느냐?’ 는 등 업무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항이셨습니다. 그래서 소규모학교라서 연구부장님이 안 계셔서 역할을 하셔야하고, 업무도 다들 2~3개까지 맡아야하는 형편이라고 말씀해드렸더니, 많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연구학교 아니고 다만 업무 중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운동회 등이 큰 덩어리여서 배우면서 일해보자고 달래었습니다. 신규와 저 경력 교사로, 부장 두 분이 처음 부장을 맞아 신학기와 3월을 어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좌충우돌하며, 총력을 기울이며 지냈습니다. K선생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일처리를 해나가시고, 학생들도 사랑과 열정으로 돌보고, 아침 스포츠 클럽 등도 잘 진행하셨습니다. 한번은 공문을 잘못 읽어서, 청에 공문을 보내는 걸 빠뜨리고 싸이트 에만 입력해놔서 연구동아리 지원금이 배제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추후 더 작은 금액으로 지원해준다는 오아시스 같은 공문을 접하고 차선책으로 신청하기도 하였습니다.

K선생님의 열정이 빛을 발휘한 건 봄 운동회 연습할 때였습니다. 교문 들어오면 양쪽에 등나무벤치가 있는데, 가끔씩 운동장에 가보면 ‘웬 풍뎅이가 이리 빨리 나왔나?’ 할 정도로 윙윙거리며 날아 다니는게 있었다. 그게 호박벌이라는 걸 알게 된 건 K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어느 쉬는 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교감선생님! 등나무꽃 때문에 큰 벌들이 많아요. 어떻게하면 좋을까요?“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근무날인 휴업일 때 119에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친절하신 소방관님이 두 분이나 오셨지만 벌집의 위치를 모르고서는 벌을 다 소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때의 허망함이란?’

그런데 K선생님은 “곧 운동회가 있어서 예행연습도 운동장에서 해야하는데, 큰 벌 때문에 학생들이 위험해요. 이 꽃을 따면 안 될까요?’”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보랏빛으로 향기롭고 예쁘게 소담스럽게 핀 꽃봉오리들을 보니 차마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안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학생들이 위험하다고 걱정하는 순수하고 사랑이 담긴 그 마음을!! 그래서 허락했는데, 웬걸! 또 일이 발생했습니다! 등나무 꽃을 제거해주시라고 시설담당선생님께 부탁드렸더니, 날아오는 호박벌을 피하시려다 그만 사다리에서 떨어지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는 부탁들 못드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다보니, 등나무 꽃들이 다 사라져버린 것이었습니다! 연유를 물어보니, 아침에 비가 약간 내린 후에 벌이 공격을 덜할거 같아 사다리를 타고 양쪽 등나무가지의 꽃을 다 따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눈물겨운 수고와 열정과 순수한 마음에 가슴이 찡하였습니다. 학생이 우선이고 신규교사로서 학생 사랑하는 마음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책임감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후 관사에서 사시는 선생님이 아침에 일찍 나와서 한 번도 안해 봤을 트랙을 홀로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직원이라기보다는 어버이 마음으로 또래의 자녀를 대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짜안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더 큰일은 운동회 전날에 벌여졌습니다. 오전부터 내리는 비로 나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던 것은 운동회 해야 할 장소였습니다. 한 번도 운동회를 실내에서 해보진 않아 고민하고 있었고, 오후에 비가 그칠 것으로 봤는데, 카톡으로 K선생님으로부터 사진이 보내왔습니다. 비에 젖고 물이 고인 운동장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추이를 보고 결정하자고 하였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웬걸!! 관사생활을 하는 두 신규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빗물이 고인 운동장의 물을 바가지로 펏다는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런 순수함, 열정에 어찌 감동을 안하리오! 교장선생님이하 교직원들, 교육지원청 에서 오신 분들께 두 신규선생님들의 열정을 자랑하였습니다. 다음날 운동회 날은 날씨가 맑았으나, 젖은 운동장 사정으로 강당으로 옮겨 산뜻하고 성황리에 운동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순수하고 학생과 학교를 위해 땀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신규교사들과 군서초 교직원들을 어찌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으리오. 그래서 교직원들에게 ‘어머니처럼 더욱더 자애롭게, 그들의 어려운 점과 가려운 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눈높이를 맞춰 도와드리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리라. 특히 교원들과,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시는 행정사선생님, 운전주무관님, 돌봄선생님, 급식실여사님, 시설담당선생님, 청소, 지킴이여사님까지 사랑으로 섬기며 나아가리라.’고 다짐해봅니다. 군서초 교육공동체는 존경하는 교장선생님이하 교직원들이 42명의 전교생과 3명의 원아들에게 땀과 눈물, 열정, 수고와 헌신하며 오늘도 밝고 맑고 순수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주남희 군서초등학교 교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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