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개인적으로 놀라운 것을 알게 됐다.

경화사족이란 것으로 한양과 근교에 거주했던 사족이라 한다. 특히, 18세기 이후 한양(경화)과 지방(향촌)의 정치·경제·문화 격차가 심화되는 경향분기의 흐름에서 서울을 높이고 지방을 낮추던 풍조 속에 번화한 서울 사족을 특별히 지칭하기 위해 고안된 역사 용어라 한다. '번화한 서울'이라는 의미의 경화라는 표현이 18세기 이후 사료에 많이 등장하고, 촌스러운 지방사족과 구별되는 개념이었다고 한다. 1392년 조선 개국이후, 15세기에는 지방세력이 중앙에 대거 포진했고, 16~17세기까지도 지방세력이 여전히 중앙에 진출하고 중앙과 지방 사림의 교유는 활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18세기 이후 조선개국 300년이 지난 시점에 축적된 중앙·지방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한다. 경화사족 출신은 과거 급제가 어렵지 않은 일로, 인재등용이 서울과 그 주변으로 한정되는 추세가 강해졌다. 이들로 인해 갈등과 차별, 당쟁의 격화로 이어졌다. 19세기에는 경화사족이 정치와 사회를 주도하게 되고, 지연·학연·혼맥을 구축하여 세도정국을 좌우하는 벌열가·세도가의 일원으로 활약하게 됐다. 이들은 조선후기 서울에 집중된 권력을 과점하고 지방을 배제하는 경향을 보여 정치사회 세력의 건전한 순환을 저해했다고 한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경화사족이 더 앞의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바로, 강남 8학군이다. 부모(조부모)가 중산층 이상(부유층)으로 가족의 부를 배경으로 강남의 좋은 학군에서 양질의 교육여건(고액학원·과외, 고급 정보) 등을 바탕으로 지방 학생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강북지역 보다 월등히 외고 등 특목고 진학, SKY 및 카이스트 진학 등 좋은 학벌을 차지하고, 이후 판·검사, 의사, 고위공무원, 교수, 대기업 입사 등 사회적 권력과 높은 급여수준을 보이는 직업군에 턱턱 들어가게 된다. 즉, 빠른 속도로 경제, 사법, 정치, 교육 분야 엘리트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이후 약 50여년이 지난 시점부터 발생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신분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이래, 1960~1980년 개발독재 시대를 지나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이후 새로운 사회계급이 재형성되고, 이에 파생된 각종 도-농, 수도권-비수도권 간, 특히 서울과 지방 간 격차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과거 내가 전주 인문계고 재학시절인 2000년 초반에 서울대 등 서울시내 최상위권 대학에 최소 20명이상 합격했던 반면, 최근 성균관대 등 서울시내 중상위권 대학에 겨우 들어갈 정도이니 대학진학 성과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학교서열화는 좋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대학진학의 성과가 이렇다.

단지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이르는 격차 사회가 나타나고 있다. 조선은 그래도 300여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50여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부작용이 교육 및 부동산, 취업 문제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정의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난제라는 생각이다. 경화사족과 강남 8학군 3세기만에 다시 내가 볼 때 거의 동일한 문제가 나타났다. 강남 8학군 출신이 사회 요직을 차지하면서 엘리트화 되고 이것이 세습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목도하고 있다. 단순히 각 지방거점도시에 일부 공공기관 이전 및 재정분권 없는 지방분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 지역인재 유출 방지 목적의 지역인재 가산점제가 언발에 오줌누기 지만, 근본적으로 강남 등 서울지역 출신의 엘리트 심화문제 및 격차 해소, 각 분야 엘리트 교체에는 별 효용이 없다.

역사의 반복을 막고 앞으로 어떻게 분권·분산해 가야될까? 정치분권으로써 입법·사법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행정분권으로써 지방분권(사무·재정) 가속화, 경제·금융분산으로써 강남·여의도 등지 증권·은행·대기업의 비수도권 이전, 교육분산으로써 서울대 폐지와 지방국립대의 서울대화 및 지역교육역량 강화 등 오래 걸리겠지만,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획기적인 분권과 분산이 아니라면 격차사회 심화를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 본다.

▶고광용(高光龍)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약력

생년월일 : 1984. 3. 5

▶학력

고창 매산초등학교 졸업

고창 대성중학교 졸업

전주 완산고등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사 및 행정학 석사

고려대학교 행정학 박사수료

▶경력

現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행정학회 학술정보위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

現 한국외대 행정학과 외래교수

現 고창 주간 해피데이 Columnist

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고광용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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