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장사를 정말로 잘하는 상인은 좋은 물건일수록 깊숙이 감추고 전방에는 보통물건을 진열하듯이 성인이나 현사들은 지식을 숨기며 자랑하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춘추시대 말기 당시 최고의 석학이며 지금까지도 동양철학의 두 거목이라 할 수 있는 노자(老子)와 공자(孔子)와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요즘으로 말하면 노자는 금수저인데 반해 공자는 흙 수저 출신으로 가난 때문에 천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는 노자와 공자와의 만남을 생생하게 적고 있다. 공자가 노자를 찾았을 때 노자는 주나라 장서 관리인이었다. 요즘의 국립 도서관장이나 국립대학교 총장 격으로 매우 높은 벼슬이다. 공자가 노자에게 예(禮)에 관해서 가르침을 청했다. 노자는 준엄하고 격조 있는 가르침으로 공자에게 말한다.

“그대가 말하는 성현들이란 모두 그 말을 한사람들의 육신과 뼈는 모두 썩어버리고 남은 것 이라곤 말 뿐이오. 군자들은 좋은 시절을 만나면 좋은 마차를 타며 벼슬도 하지만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이름도 없는 잡초같이 멈추어 버리고 마는 것이오. 내가 듣기에 장사의 달인은 정말 좋은 물건은 깊이 감추어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듯이, 군자는 고상한 품덕(稟德)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법이라, 고 하였소. 당신의 교만과 욕심, 그리고 꾸며대는 그 태도 부질없는 야망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당신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소.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다만 이것뿐이요.”

충고를 들은 공자는 조금도 서운하거나 고깝게 여기지 않았다. 참으로 성인다운 면모였다. 자기가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한 공자는 제자들에게 약간 희석(稀釋) 해서 이렇게 말한다. “새는 공중을 잘 난다는 것을 알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친다는 것을 알며, 짐승은 잘 달린다는 것을 잘 안다. 달리는 짐승은 그물을 쳐서 잡을 수 있고, 헤엄을 치는 물고기는 낚시를 드리워 잡을 수 있고, 나는 새는 화살을 쏘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용이 어떻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지 알 수 없다. 오늘 나는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龍) 같은 존재였다.”

노자가 공자에게 정말 가르치고자 한 요점은 무엇이었을까? 노자가 공자의 박학다식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높은 벼슬을 지내본 노자는 공자의 그 높은 학문이 아까워 던진 말일 것이다. 많은 나라의 군주들을 설득해 보아야 소용없으니 차라리 깊이 감추어 없는 듯이 보이면 그 가치가 더욱 빛이 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공자는 그 뒤로도 10여 개국의 군주를 설득하며 정치에 대해서 설파 했지만 어떤 군주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고국 노나라로 돌아와 후진양성에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까지도 에너지가 전해져 동양의 최고의 학자로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노자는 오랫동안 주나라의 장서를 관장하다가 주나라가 쇠락해가자 그곳을 떠나간다. 말하자면 명예퇴직을 당한 것이다. 그가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관령 윤희가 노자의 학식이 너무 아까워 후세에 본이 될 만한 글을 써주라고 간곡히 부탁 한다. “선생께서 은둔하려 하시니 억지로라도 저를 위해 글을 써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노자는 《도덕경》 상·하 편을 지어 도와 덕을 6000여자로 말하고 떠났으며 그 뒤의 삶은 전해지지 않는다.

‘심장약허’란 이삭은 익어 속이 꽉 차면 고개를 숙이듯이 박학다식하고 학문이 넉넉한 자는 자랑하지 않음을, 훌륭한 상인이 좋은 물건을 깊숙이 감추고 꼭 살 사람 즉,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내준다는 것을 비유하여 말하였다. 지금 시대에도 정말로 똑똑하고 많이 아는 사람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저절로 높아지며 모든 사람 들이 존경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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