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중국 후한 말기 삼국시대 즉 위·오·촉한이 각축을 벌이다가 조조(曹操)의 위(魏)나라로 통일되어 몇 년 후에 사마씨가 이끄는 진(晉)나라로 넘어가게 된다. 최종 승리자는 사마의(司馬懿)다. ‘가치부전’은 사마의가 정권을 잡은 전략이다. 후일 다른 사람들이 벤치마킹해 써먹은 병법이다. 상대가 나를 의심하지 않고 경계를 느슨하게 하도록 하는 술책중의 하나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가 시기를 잘 포착하여 빈틈이 보일 때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움직여 단번에 상황을 바꿔버리는 방법이다.

당시 위나라는 조조의 손자 명제(明帝)가 군주로 있을 때 대장군이던 조상(曹爽)이 형주자사 이승(李勝)을 시켜 사마의의 상태를 병문안 겸해서 보고 오도록 했다. 이를 미리 안 사마의는 이승이 당도하자 한손으로 옷을 잡고 있었으나 옷을 질질 땅에 끌고 있었다. 또한 손가락으로는 입을 가리켜 목마름을 표시하자 여종이 죽을 올렸는데 사마의는 그릇을 온전히 잡지 못하고 입을 내밀어 마시는 모습을 보였다. 죽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흘리는 것이 더 많아 앞가슴을 흥건히 적셨다.

이승이 안타까운 듯 사마의를 위로 했다. “모두가 명공에게 지병인 중풍이 도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존체가 이 지경 까지 이른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마의가 화를 가까스로 다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부하는 어투로 말한다. “늙고 병들어 죽음이 눈앞에 있소. 그대가 몸을 굽혀 병주(幷州)로 가고자 하니 병주는 호인(胡人)과 가까이 있어 그들을 잘 막아야만 할 것이요. 내가 그대를 다시는 못 볼까 두려우니 나의 두 아들 사마사와 사마소를 잘 부탁하오.”

이승이 사마의의 말을 정정했다. “저는 본주(本州) 돌아가는 것이지 병주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승의 고향은 남양군으로 형주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본주로 돌아간다고 말했던 것이다. 본주와 병주는 발음상 유사하기는 하나 사마의는 귀가 멀어 잘 못 알아듣는 것처럼 귀를 더 가까이 대가며 다시 묻곤 했다. “그대가 정말 병주로 가는 것이오?” 이승은 답답한 듯 다시 크게 외치듯이 말했다. “본주에 가는 것입니다.”

사마의는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그런지 그대의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소. 지금 본주로 간다고 하니 융성한 덕행과 장렬한 기개로 나라에 큰 공을 세우도록 하시오.” 이승이 인사를 하고 나와 조상에게 그대로 고 했다. “사마공은 목숨만 간신히 붙어있지 거의 시체나 다름없었습니다. 정신과 몸이 일치하지 않아 심려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조상이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조상은 사마의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풀어버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며칠 뒤 조상은 어가를 호위하여 명제를 모시고 선조를 배알하러 떠나게 되었다. 사마의는 언제 누워 있었냐는 듯이 털고 일어나 옛 부하들을 소집하고 가병들을 무장시켜 무기고를 점령한 후 태후를 협박하여 조상 일당을 손쉽게 제거했다. 그래서 세워진 나라가 진(晉)나라다. 여기에서 사마의가 구사한 계책이 전형적인 ‘가치부전’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바보처럼 살아가기를 좋아한다. 바보처럼 보이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는데 이것을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한다. 자신을 잘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누구나에게 있다. 그럴 때 보통은 잘난 체 한다고 손가라질 받기 일쑤다. 인간은 남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여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요즘같이 똑똑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을 처세술로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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