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우리는 발이 넓고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을 오지랖이 넓은 마당발이라고 한다. 이렇게 마당발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며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마당발이라고 해도 진정한 인맥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한계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진정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150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150명의 관계를 ‘던바의 법칙’이라고 한다.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인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교수가 이 법칙을 최초로 주장했는데 원숭이나 침팬지들의 영장류로 사교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신피질 크기가 영장류의 그룹규모에 미치는 제약 요건> 이라는 논문에서 1992년 발표했다. 주로 복잡한 것을 담당하는 대뇌 영역인 신피질이 클수록 사귀는 친구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간에게 같은 내용으로 적용해보니 마찬가지로 신피질이 크면 큰 만큼 인간의 친분관계는 150명이 될 것 이라고 추정했다.

그래서 150을 ‘던바의 수’라고 말한다. 호주나 뉴기니 그리고 그린란드 등 아직도 원시 부족국가의 원시인에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본 던바 교수는 주민의 규모가 대략 150명 정도 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현대 전투를 할 때도 지휘관이 직접 지시를 하며 전투를 할 때 200명이 넘으면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래서 조직을 관리할 때는 150명이 최적임의 추론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이후에 던바 교수는 SNS에서도 최적의 친분관계는 150명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인맥이 수만 명에 이르는 사교적인 사람과 몇 백 명에 불과한 보통사람과 직접 비교를 해보았다. 친구의 기준을 1년에 한번 이상 어떤 형태로든 연락을 하거나 안부를 물어 서로 소통을 하는 사이로 보았다. 그렇게 기준을 두고 두 그룹간의 진정한 친구 사이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현대에 페이스북 친구가 수천 명에 달한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긴밀하게 지내는 친구는 150명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말 흉금을 털어놓고 지낼 수 있는 사이는 2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결과에서 힌트를 얻은 패스(path:사람이 다녀서 생긴 길)라는 SNS서비스는 이른바 던바의 수의 1/3 수준인 50명으로 친구수를 제안해 긴밀한 퍼스널 네트워크를 만드는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그런데 150이 인맥의 숫자를 말하는 전부일까? 사실 던바 외에도 인맥에 관한 연구를 한 학자들이 몇 명 더 있다. 역시 인류학자인 러셀 버나드와 피터 킬링워스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조사결과를 실험과 연구를 통하여 발표했다. 그들이 결과로 내놓은 수치는 던바보다 거의 배에 가까운 290에 이른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선정방법과 조사방법의 따라 결과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 왕 조 지라드 역시 인맥 숫자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는 자동차 영업을 시작한 1년 만에 1,40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고 15년 만에 1만 5천대를 판매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그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250의 법칙을 언급한바 있다. 그동안 고객들의 결혼식장 장례식장들을 돌아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애경사를 챙겼을까 살펴보았더니 대략 250명이었다는 것이었다.

지라드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해서 250을 사람이 관리하는데 적정인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객한명을 잘 관리 하면 250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간주하고 극진히 대접하며 행동에 조심스럽게 대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브리 경영대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원만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먼저 사망할 확률이 50%난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사람의 심리와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친구숫자가 많고 적음보다는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무작정 친구를 만들기 보다는 내가 감당할만한 인맥을 보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진정한 관계의 적정선을 스스로 찾아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 던바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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