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남쪽의 따스한 바람을 타고 매화가 기지개를 편다. 봄이 오는 신호다. 삶의 주변 이곳저곳에서 매화 꽃봉이 언제든지 터질 준비를 하며 한껏 물줄기를 밀어 올리는 세찬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아한 자태와 화사하고 단아한 매력을 지닌 꽃이다. 장미과 벚나무속, 높이는 4~5미터 정도로 자란다. 잎은 달걀꼴이며 톱니가 있고, 어긋나게 자란다. 4월경에 희거나 불그레한 꽃이 먼저 피고 잎은 나중에 핀다.

온대 낙엽 과수인 매실나무(Prunus mume Sieb. et Zucc., Mume)는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살구, 자두 등과 아주 가까운 종이며, 그 원산지는 중국 남부의 양자강 유역이다. 대만·일본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매실나무는 그 이용 형태에 따라 크게 꽃을 감상하기 위한 관상용인 화매(花梅, 매화)와 과실을 이용하는 실매(實梅, 이것을 보통 매실이라 한다)로 크게 나누어진다.

실매는 숙기의 빠르기 정도에 따라 조·중·만생종으로, 과실 크기에 따라 소·중·대매(大梅)로, 신맛의 정도에 따라 산매(酸梅)와 감매(甘梅)로, 익은 정도에 따라 청매(靑梅)와 숙매(熟梅)로 분류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유난히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매화 나무를 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 나무는 4개 5품종이 있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화엄매, 순천 선암사 무우전매, 강릉 오죽헌 율곡매 등이다. 올 봄엔 매화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 고장 매화는 사찰에 있어 조금은 경건함과 함께 마주할 수 있어 남다른 꽃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백양사 고불매 (古佛梅)

고불매(古佛梅)는 2007년 10월에 천연기념물 제486호로 지정되었다. 수령은 약 350년으로 추정된다. 나무의 높이는 5.3m, 뿌리 근처의 줄기둘레는 1.47m, 수관 폭은 동서 방향이 6.3m, 남북 방향이 5.7m이다. 잔가지들이 많이 발생하여 비교적 우아하고 멋진 자태를 갖추고 있으며 향이 매우 진하여 만개 하면 경내에 매화 향이 진동을 한다. 담홍색 꽃과 은은한 향기를 피우고 있는 홍매이며 원래는 현재의 곳에서 100m정도 떨어진 옛 대웅전 앞에 있던 것을 홍매와 백매를 한 그루씩 옮겨 심었는데 백매는 죽고 지금은 홍매만 남아있다. 백양사는 부처님의 원래의 뜻을 기리는 고불총림(古佛叢林)으로 나무가 고불의 기품을 닮았다 하여 ‘고불매’라 부르기 시작했다.

화엄사 화엄매 (華嚴梅)

 화엄매(華嚴梅)는 천연기념물 제 485호로 2007년 10월에 지정되었다. 조선 숙종때 각황전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위해 계파선사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장륙화라고 하며 다른 홍매화 보다 색이 검붉어 흑매화라 불리기도 한다. 이 매화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진홍색 매화여서 사람들은 홍매화라 부른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가지가지 잔뜩 진홍색 매화를 피워 올려 각황전을 더욱 운치있게 보여준다.

진한 붉은색의 꽃잎 다섯 장이 활짝 펴지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다른 매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인한 인상을 깊게 남겨 준다. 3월 말쯤 방문한다면 장대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선암매 (仙巖梅), 무우전매 (無優殿梅)

선암사 무우전 돌담길 사이에 서 있는 ‘선암백매’와 무우전 돌담길 입구에서 다섯 번째 서 있는 ‘선암홍매’ 두 그루가 천연기념물 제 488호로 2007년 10월에 지정됐다. 백매화는 무우전매(無優殿梅), 홍매화는 선암매(仙巖梅)라 한다.

백매는 현존하는 고매(故梅)중 가장 웅장하고 건강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선암매는 일반 매화에 비해 꽃과 열매가 작으며 개화 시기도 일반 매화보다 늦은 편이다. 돌담길과 기와 사이로 예쁘게 핀 매화를 3월 20일이 넘어서면 볼 수 있을 듯하다. 수령은 350-650년 정도로 추정되며 한 그루에 특정된 것이 아니고 팔상전과 무우전 길 사이에 있는 20여 그루의 매화나무를 지칭하는 말이다. 고려시대 대각국사(의천)가 중창하면서 심었다고 전해진다.

출처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훈일 들꽃바람 농원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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