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동양인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삼국지(三國志) 뒷부분에 나오는데, 제갈량(諸葛亮)의 남만정토(南蠻征討)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등장하는 고사다. 상대방을 쉽게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며 얕잡아 봄을 비유하는 말이다. 제갈량은 당시 북쪽의 위나라 조비를 정벌하려고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데 남만(南蠻;남쪽사람을 오랑캐로 비하해서 부르는 말) 맹획(孟獲)이 반란을 일으켰다. 북벌을 하기 전에 남만을 평정하지 않으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 마속(馬謖)이 제갈량의 고민을 알고서 진언한다. “제게 어리석지만 소견이 있으니 승상께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남쪽의 반란은 거리가 멀고 산세가 험준함을 믿고 복종하지 않은지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우리가 격파한다고 해도 그들은 또 다시 배반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만에 매달려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는 북벌을 하여 조비(曹丕)를 치는 것이 목적인데 북벌할 때 만병이 우리의 북벌을 알면 그냥 놓아두지 않을 것입니다. 대저 용병을 하는 데는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상책이며, 성을 공략하는 것은 하책입니다. 심전(心戰)은 상수요 병전(兵戰)은 하수이니 바라건대 승상께서는 그들을 마음으로 복종 시켜야 할 것 입니다.”

공명은 이 말을 듣고 감탄을 한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일치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마속은 나의 폐부를 꿰뚫어 보는구나!” 공명은 곧바로 마속을 참군으로 삼고 대군을 통솔하여 진격해 나갔다. 남만 군과 대치한 제갈량은 작전을 개시한지 얼마 안 되어 맹획을 쉽게 생포했다. 맹획은 억울하다며 다시 싸워 패한다면 항복하겠다고 말한다. 공명을 맹획을 그대로 풀어주었다.

공명이 맹획을 풀어주자 지켜보던 장수들이 말하기를 “맹획은 남만의 괴수입니다. 다행이 사로잡아 남방이 평정 될 것으로 알았는데 승상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놓아주십니까?” 공명이 빙그레 웃으며 장수들을 보고 말한다. “내가 맹획을 잡는 것은 내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맹획이 진심으로 항복한다면 남만은 저절로 평정 될 것이다.” 얼마 안가 맹획은 다시 생포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복했다. 또 다시 맹획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맹획은 곧 바로 사로잡혔다. 그러기를 일곱 차례나 했다. 일곱 번째 맹획을 사로잡았을 때 제갈량은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제갈승상께서 당신과 대면하기가 부끄럽다고 여기시며 다시 한 번 풀어줄 테니 전열을 가다듬어 싸워보자고 청하셨습니다.” 이에 맹획은 눈물을 흘리면서 마침내 진심으로 항복하면서 “자고로 전쟁에서 일곱 번이나 풀어 주었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소. 내 비록 변방에 사는 야인이나 예의라는 것이 무엇 인지는 알고 있소, 어찌 부끄러워서 싸울 수가 있겠소.” 하며 공명의 배려에 감복했고, 또한 공명의 술수에 자기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 차렸기 때문에 그 뒤로는 더 이상 촉한에 대항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촉한의 관직을 내렸다. 나중에는 어사중승 까지 올랐다. 남만은 현재 중국의 남부지방과 베트남의 일부를 말한다. 지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베트남인데 당시 제갈량은 맹획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쉬우나 변방의 사람들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항복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요즘도 부하 직원에게 일곱 번은 아니더라도 잘못이 있었을 때 용서하고 배려한다면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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