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인 BC4세기경 초(楚)나라 사람이었다. 성은 이(李)씨 이고 이름은 이(耳)며 호는 담(聃)인 것을 보면 귀가 매우 컷을 것으로 보인다. 노자는 요즘말로하면 금수저 출신이었다. 주(周)나라 장서를 관리하는 사관이었다. 지금의 국립대학교 총장쯤 되는 높은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주(周)나라가 이때부터 점점 쇠락해가다가 결국은 구조조정 당해 벼슬을 버리고 떠나가다가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관령 윤희(尹喜)라는 사람이 노자의 학식이 풍부한 것을 알고 “선생께서는 앞으로 은둔하려 하시니 저를 위해 억지로라도 글을 써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노자가 거기서 며칠을 머물며 도경 37편과 덕경 44편 도합 81편을 대략 5,000여자로 쓴 것이 오늘의 도덕경(道德經)이라고 하는 《노자(老子)》다. 그러나 노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BC 2세기경 한나라 경제 때 경서로 분류되어 알려지게 되었다. 노자는 공자와 동시대사람으로 공자보다 약간의 연상으로 보인다. 노자를 동양의 최초 철학자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공자와의 만남에서 공자가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서 물었을 때 대답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신이 말하려는 그 성현들은 이미 그 뼈가 다 썩어 없어지고 오직 그 말만이 남아 있을 뿐이오. 또 군자는 때를 만나면 관리가 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다북쑥처럼 떠돌이 신세가 되오.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두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린것처럼 보인다고 나는 들었소. 그대는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표정과 끝없는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소. 내가 그대에게 할 말은 다만 이것뿐이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새는 잘 난다는 것을 나는 알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친다는 것을 나는 안다. 달리는 짐승은 그물을 처서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물고기는 낚시를 드리워 낚을 수가 있고, 나는 새는 화살을 쏘아 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어떻게 용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오늘 나는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 같은 존재였다.”

사기에 나오는 노자와 공자와의 만남을 사마천이 기록해놓은 내용이다. 동양의 최고의 스승 공자에게 이렇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었을까? 물론 성현들의 책을 보고 공부는 많이 했겠지만 직접 가르침을 준 사람은 노자 외에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노자의 첫 장을 보면 역설적인 것 같지만 심오한 가르침이 숨어 있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를 도라고 말할 수 있으면 늘 그런 도가 아니고, 이름이 이름 지을 수 있으면 늘 그런 이름이 아니다.

노자의 이 첫 문장 12자가 노자 사상의 총론이며 5,000여자의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노자는 이 문장에서 ‘도(道)와 물(物)’ ‘물(物)과 명(名)’그리고 ‘인(人)과 물(物)’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면서 이름 짓는 자체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본질을 해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덕경의 첫 머리에는 ‘상덕부덕 시이유덕’ ‘하덕부실덕 시이무덕’(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 뛰어난 덕은 덕에 마음을 두지 않으니 이 때문에 덕이 있고, 하찮은 덕은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하니 이 때문에 덕이 없다. 한비(韓非)는 이 문장을 덕(德)이란 내면(內面)적인 것이며 득(得)이란 외향(外向)으로 보았다. “최상의 덕이란 덕이라 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그 정신이 외부 사물에 의해 어지럽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외부 사물에 간섭받지 않고 어지럽혀지지 않으면 그 몸은 완전하게 되는데, 이것을 덕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첫 장의 도가도 에서 도(道)와 상덕부덕에서 덕(德)을 따서 도덕경(道德經)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제자백가에서 노자계열은 도가로서 한학파를 이루어 장자(莊子)와 나중에는 법가로 이어져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열전(列傳)에서 노자와 한비를 한데 묶어 노자 한비열전으로 한편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비자에 유로와 해로편이 보인다. 그 뒤 노자는 당나라 정관시기 이세민 시대에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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