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보잘것없는 재주가 금방 드러나 비웃음을 사거나 하찮은 재주를 자랑하다가 오히려 낭패(狼狽)를 볼 때에 비유적으로 쓰는 고사다. 검주는 중국남부지방으로 현재의 귀주성에 해당한다. 귀주에 사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 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당나귀 한 마리를 먼 곳에서 배로 실어왔는데 별로 쓸모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산속에 풀어 놓았는데, 호랑이가 이 늠름한 체구의 당나귀를 보고 신수(神獸:신령스런 짐승)라고 생각하고 숲속에서 몸을 숨겨가며 얼마동안을 살펴보았다.

얼마 후 호랑이는 당나귀를 견제해 보려고 가까이 가서 얼쩡거려 보았지만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서로 처음 보는 짐승이라 그냥 경계만 하고 있었다. 다음날도 역시 당나귀 옆을 호랑이가 얼쩡거리자, 당나귀는 그냥 자기 소리를 내며 울었다. 호랑이는 깜짝 놀라 자기를 해치려는 줄 알고 놀라 숲속으로 도망쳐 몸을 숨겼다. 그런데도 당나귀는 호랑이를 쫓지 않으므로 호랑이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다시 당나귀 옆을 왔다 갔다 하며 간을 보았다.

그러나 당나귀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풀만 뜯으면서 가끔 우는소리를 내기만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호랑이는 당나귀가 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나귀의 울음소리에도 처음에는 겁을 먹었지만 몇 번 듣다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당나귀 가까이 가서 약을 올려 보았다. 화가 난 당나귀는 참지 못하고 뒷발질을 해 댔다. 호랑이는 다시 당나귀를 슬슬 약을 올려 보았다. 그러나 당나귀의 짓은 오직 뒷발질 뿐 이었다.

호랑이는 생각하기를 당나귀의 모든 기술은 이것 뿐 이구나 하며 기뻐했다. 그 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당나귀에게 와락 달려들어 숨통을 조여 잡아먹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중국 당(唐)나라시기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사람으로 알려진 유종원(柳宗元)의 삼계(三戒)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나귀는 초식동물이라 원래 천성이 순한 동물이다. 그러나 덩치는 호랑이 못지않게 크기 때문에 이렇게 비유했는데, 사람들이 기능이나 기술이 보잘것없음에도 허풍을 치거나, 자랑을 했을 때 비하해서 쓰는 말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재주를 스스로 높이 평가하며 우쭐대다가 금방 실력이 별 볼일 없이 드러나 창피를 당하거나, 화를 부를 때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얕은 지식으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다가 그 분야에 전문가를 만났을 때나, 설령 만나지 않았더라도 역량은 금방 드러나게 된다. 실력은 내가 판단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판단해야 그것이 진짜 실력인 것이다.

서경(書經)에 겸수익 만초손(謙受益 滿招損) 이란 말이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인용되어 나온다. 즉 겸손(謙遜)하면 이익을 얻지만 자만(自慢)함은 손해를 부른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자기가 자만을 스스로 안다면 고치기가 쉽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고치지를 못한다. 이런 고사를 보면서 스스로 자만하지 않는지를 한번 뒤 돌아 보고자 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