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개혁법안으로 분류되는 법안에 대해 처리하는 과정에서 세부 관점에 대해 서로간의 의견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변수로 보이는 것은 바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약칭 ‘공수처’) 설치에 관한 것이다. 공수처는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지던, 대통령 일가나 청와대 관계자, 국회의원, 대법원장과 판사 등 행정부/사법부/입법부의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에 대해 수사하는 기구이다.

홍콩의 염정공서나 싱가포르의 반부패기구 등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부 야당들에서는 이러한 것에 대해 반발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른미래당인데 바른미래당은 공수처에 ‘재판에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인 ‘기소권’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기소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여러 관점의 논란이 보이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공수처가 무엇인지 ▲공수처가 왜 필요한지 ▲공수처의 구성과 권한에 대해 살펴보자.

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의 정의와 의미

과거,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대여받은 영국은 겉보기에는 찬란한 도시이나, 총리부터 하급관리까지 모두가 부패로 썩은 부패한 도시라는 점을 깨달았다. 여러 부패가 발생하는 범죄가 일어남에도 그들이 정당한 처벌은커녕, 법을 무시한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홍콩내부의 여론이 들끊자, 영국 정부는 홍콩에 독자적인 반부패 수사기구인 ‘염정공서’ (廉政公署, ICAC)를 설치했다.

염정공서의 독립적인 수사권을 가진 위치 때문인지, 이후 부패범죄는 자취를 감추었고, 대대적인 수사와 기소, 대외홍보를 통하여 ‘염정공서’는 대표적인 청렴한 기구로서 명성을 높이게 되었다.

이처럼, 경제성장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붙게 되는 ‘정경유착’ (정치와 경제의 유착관계)는 산업화를 겪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도 보이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의 대표적인 정경유착 법죄 중 하나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은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게 출연금을 강요하여 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대가로 재벌들의 일가가 상속이 용이하게 하거나, 사업에 유리하게 지시하는 등의 대표적인 정경유착 범죄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매우 힘들어서,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받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특검의 연장수사를 거부하기도 하였고, 결과적으로 현재까지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수하에 있는 정치인들, 관련 경제인들에 대한 재판과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비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실 그동안에도 ‘고위공직자의 대한 비리와 부정부패’에 대한 뉴스가 톱뉴스처럼 장식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버닝썬 사건’ (이른바 ‘승리 게이트’)의 경우에도 꼬리는 ‘연애인’이었지만 사실 몸통은 ‘재계나 사법부의 중추권력자’들이라는 점에서 아직 갈길이 멀다고 판단되는 점이다.

이에 여러 언론사나 조사기관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한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국민들의 7명이 찬성을 보였고, 2명은 반대, 1명은 무응답’을 표시했다. 국민 10사람 중 7명이 찬성하고 있는 압도적인 찬성비율을 보이는 ‘공수처’의 설치에 대해, 국회는 왜 반대하는가?

2.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

공수처는 왜 설치되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공수처와 홍콩의 ‘염정공사’는 동일선상에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홍콩이 비록, 아시아의 허브중심 도시역할을 하며 현재 금융, 경제의 중심지로 불리우고 있으나 하나의 국가와 하나의 도시국가를 같은 선상에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론이 나온 시기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2012년) 쯤으로, 당시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소독점주의’와 그로 인한 ‘검사들의 부정부패’ 등이 대표적인 국민들의 화두가 되었고, 이에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같이 했다. 다만 박근혜 후보는 ‘상설특검제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에, 문재인 후보는 더 나아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비록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대검찰청은 계속해서 여론의 화두에 떠오르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신경을 썼는지, 2013년 <반부패 수사기구 해외 입법례 및 평가>라는 용역 과제를 한국형사법 학회로부터 제공받았다. 이 112페이지의 보고서에는 UN이나, 싱가포르, 홍콩, 미국, 대만, 영궁 등의 주요 국가들의 ‘반부패 수사기구’ 설치에 대한 현황과 구성을 알아보고, 앞으로 ‘부패수사기구의 논의에서 고려사항’들을 보고받았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발생하면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다시 ‘점화’되었고 이후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대선 후보들은 이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찬성’의 입장을 보인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잔대의 입장을 하였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수립되자 문재인 정부는 본격적으로 ‘공수처 설치’에 대한 안건을 다루기 시작했다.

9월 18일, 법무부 개혁위에서는 공수처 설치방안을 발표하며 법무부 장관에게 설치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10월 15일 자체 공수처안을 발표하며 이에 호응했다. 이후, 2019년의 해가 바뀐 뒤에도 공수처 설치에 대한 회의와 구성방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었고, 정치이념을 달리하는 여야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등에 대한 공수처 설치 이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현재 연애인의 비리에서 시작되어, 사법부 고위관계자들이 연루된 ‘버닝썬 게이트’가 발생하자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은 다시 들끓었고, 국민청원 20만건을 9일만에 넘을정도로, 전국민적 지지가 다시 확인되었다.

이처럼,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론은 지금까지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 반면에, 처음 논의가 진행된 2012년부터 7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인 설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필자의 의견으로 보았을 때에는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반발’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공수처가 수사대상으로 보는 범위는 입법부에서는 ‘국회의원’, 행정부에서는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군 장성, 경찰공무원’ 등이며 사법부에서는 ‘검사와 법관’들이 그 대상이다. 이처럼, 권력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자들에 대해서 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파헤치는 기구가 신설된다면 이들 입장에서는 매우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그런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세력에 의해서 ‘공수처 설치’는 저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수처의 설치는 앞에서 잠깐 살펴보았던 홍콩 ‘염정공서’와의 선례로 보았을 때에도 필수적으로 필요 기본적으로 경찰이나 검찰은 행정부와 법무부에 예속된 관계기구이다. 때문에 행정부의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덮어질 사건들은 덮어지고, 감추어질 사건들은 감추어진다. 그러나 힘이 없는 국민들은 준엄한 법에 의해 심판받아야하고,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법의 그물망을 벗어난다. 이러한 사회부조리와 부정부패는 결과적으로 사회를 병들게 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패를 걷어내어 경제성장을 진일보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공수처가 설치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 공수처의 구성과 권한

그렇다면, 공수처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일단, 문재인 정부는 17년 9월 18일, 법무부 박상기 장관에게 공수처 신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정식명칭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며, 단순한 비리문제뿐만 아니라 범죄행위에 대해서 폭넓은 수사를 다루겠다는 것.

인력구성은 검사 50명을 포함하여, 수사인원 최대 122명으로 구성한다.

수사 및 기소, 공소 유지권을 모두 가지며 전국 수사기관으로부터 고위 공무원 범죄동향을 통보받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겹칠시에는,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수사권을 가진다.

수사대상에는 (행정부) 대통령, 국무총리,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고위직 경찰, 군 장성, (사법부) 대법관, 헌법재판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판사, 검사, (입법부) 국회의원 등으로 포함되며, 고위공직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도 포함된다.

전형적인 부패범죄 뿐 아니라 직권남용, 직무유기, 선거 관여 개입, 국정원 정치관여 등 고위공직자 업무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패범죄에 대해서도 수사대상이다.

공수처장의 임기는 6년 연임이 가능하며, 처장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자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학교수 중에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한 명으로 선정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설치 권고안’을 살펴보면, 공수처의 인적구성뿐만 아니라, 권력에 대한 수사 권한도 매우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갖추어서 ‘공수처가 폭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법무부 개혁위원회는 ‘권력의 집중이 아닌 수사기관끼리 견제를 하기 위함이며, 전국을 커버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력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이후, 법무부는 자체 공수처안을 발표했다. 이 ‘법무부 공수처 설치안’의 경우에는 문재인 정부 권고안보다는 인력구성이 줄어들었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닌 국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해당 공수처에서 근무하는 소속검사의 경우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여 ‘공수처 내부에서 부패가 발생할 것’을 견제했다. 이처럼 비록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고자 하는 공수처의 설치에 대한 안건보다는 비록 일부 후퇴했으나, 그동안 반발하던 법무부가 자체 설치안을 내놓은 것을 보았을 때에,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히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현재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서 본회의를 통과할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자우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하는 대신에 ‘공수처 설치법안’도 통과시키자고 주장했으나, 바른미래당의 경우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둘다 가져서는 안된다’며 ‘기소권 권한’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공수처의 실질적인 설치를 위한 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패스트트랙을 탄다고 하더라도, 올해 상반기는 다다라서야, 표결에 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국민여론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찬성하므로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대표인가?’라는 점이다. 그들이 단순히 국회의원이라는 의미좋은 허물만을 뒤집어쓴채로, ‘윤리적 직업의식없이 부정부패’를 저지른다면 그것도 ‘국민의 뜻’인가 하고 말이다. 공수처 설치를 통하여 정말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되길 바라며, 공수처 설치에 있어서 여야 반대없이 올해에는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것은 단순히 현재 문재인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 문재인 정부도 부정부패가 있다면 반드시 수사대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다.

즉,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여야의 이견이 없어야 할 것이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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