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춘추시대(春秋時代) 노자(老子)는 정치를 하면서 법령을 자주 바꾸지 말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유도하는 정치가 가장 잘하는 정치라고 했다. 작은 생선을 석쇠위에 놓고 구울 때 너무 자주 뒤집게 되면 부서지기만 하고 잘 익지 않는다.

이 말을 전국시대(戰國時代) 《한비자(韓非子)》가 해로편(解老篇)에 쉽게 설명해 놓았다. 우리 속담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기술자가 하는 일을 자주 바꾸면 그 성과를 잃게 되고, 농부가 자주 거처를 옮겨 다니면 그 결과물이 빈약해질 것이다. 한 사람이 일을 했을 때 하루가운데 반나절을 낭비 했다면 열흘이면 다섯 사람이 일한 만큼의 성과를 놓치게 된다. 일만 명이 일을 했을 때 하루가운데 반나절을 낭비하면 열흘이면 오만 명이 하루 일한 것만큼이 날아간다.

그러므로 하는 일을 자주 바꿀 경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손실이 더 커진다. 무릇 법령이 바뀌면 이로움과 해로움이 바뀌게 되고 이로움과 해로움이 바뀌면 백성들이 힘써야 할 일도 바뀐다. 힘써야 할 일을 바꾼다는 것은 업종을 바꾼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이런 이치를 보면 사람을 쓰면서 일을 자주 바꾸다 보면 성공할 확률이 희박해지는 것이다.

큰 물건을 이리저리 자주 옮기다보면 손상되는 부분이 생길 것이고 작은 생선을 굽는데 자주 뒤집으면 그 윤기를 잃게 될 것이며,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자주 법령을 바꾸면 백성들이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도(道)를 터득한 군주는 고요함을 귀중하게 여기고 법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말하기를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찌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사람들은 보통 질병이 있으면 의사를 귀하게 여기고 재앙이 있으면 귀신을 두려워한다. 성인(聖人)이 윗자리에 있으면 백성들의 욕심이 적어질 것이고, 백성들의 욕심이 적어지면 혈기가 다스려져 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재해가 적어질 것이다. 무릇 안으로 부스럼이나 종기나 부종 같은 질병이 없고 밖으로 형벌로 인한 화가 없다면 귀신을 매우 가볍게 여길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를 ‘도로써 천하를 다스리면 귀신이 신통함을 부리지 못한다,’ 고 했다.

법령을 자주 바꾸지 않으면 백성들도 법을 잘 어기지 않고, 군주 또한 형벌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군주가 안으로 형벌을 취하지 않으므로 백성들이 번창하고, 재물이 풍족해져 덕(德)이 있다고 한다. 군주가 축적한 것이 풍성해 귀신이 그 정신을 혼란스럽지 못하게 하면 덕은 백성들에게 다할 것이다. 이것은 덕이 군주와 백성에게서 서로 흥성해 모두 백성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이것이 노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요즘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상사의 유형에는 네 가지 형이 있는데,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똑똑하면서 게으른 상사’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상사’ ‘멍청하면서 게으른 상사’가 있다. 이 네 상사 중 어떤 상사 밑에서 일하기가 가장 이상적이고 편할까? 노자가 말한 ‘약팽소선’에 비추어 본다면 단연코 ‘똑똑하면서 게으른 상사’가 좋을 것이다. 가장 힘든 상사는 멍청하면서 부지런한 상사고, 가장 함께 일하기 좋은 상사는 능력 있으면서 게으른 상사다.

큰 틀에서 국가지만 작은 틀에서는 직장이 되기도 한다. 규모만 다르지 상사가 어떻게 리드 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분위기가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이것은 리더의 역량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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