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어떤 위험한 일이 생겼는데도 주위에 사람들이 많으면 서로 미루고 돕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구경꾼 효과’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부분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은 그냥 방관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꼭 내가만 해야 하는가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현상을 말한다.

1964년 3월 13일, 평소와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길거리에서 강도에게 칼에 찔리고 강탈당한 후에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문제는 그녀가 강도에게 격렬하게 저항하던 35분 동안 그 장면을 듣거나 직접 목격한 사람이 38명이나 되었는데도 직접 돕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에 신고조차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뉴욕타임스에서는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자극적인 기사를 며칠 후에 올렸다.

그 뒤 빕 라타네(Bibb Latane)가 진행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구경꾼이 많은 것이 비극의 원인이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사건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뉴욕 변두리 주택가였다. 그 근처에서는 보통 밤늦게 까지 격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평상시에도 시끄러운 일이 종종 있었으므로 사적 싸움으로 간주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 날씨가 추워 문을 모두 닫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정말 강도를 만나 위험에 처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모두들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 누군가가 하겠지 하며 무책임 해진다는 것이다. 즉, 제노비스는 뉴욕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은 구경꾼 때문에 일어난 ‘방관자 효과(傍觀者 效果)’다. 방관자 효과는 구경꾼이 많을수록 타인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그 뒤 1968년 라타네는 한 학생이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실험한 결과 혼자 있을 때는 85%가 도움을 주는가 하면 두 명이 있을 때는 62%, 네 명이 함께 있을 때는 31%로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인 존 달리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을 한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사마리아 사람이 노상강도를 만나 거의 죽음 직전의 사람을 극진하게 구해주는 일화를 다룬 신약성서 누가복음 10장 30~37절에서 유래된 말이다. 미국의 프리스턴 신학대학 학생들을 피험자로 선정하여 그들 중 절반은 선한 사마리아인에 관한 설교를 하라는 과제를 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이와 관련 없는 일반적인 설교 과제를 주었다. 실험자들이 설교를 하러 가는 도중에 강도에게 습격당한 듯이 쓰러져 있는 사람을 설정해 놓았다.

이 사람은 실험자가 지나갈 때마다 기침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연출을 하며 신음 소리도 냈다. 우리는 보통 선한 사마리아인을 설교하기로 되어 있는 학생들이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 것으로 생각 했었다. 그러나 실제 나온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도움을 준 비율은 설교의 주제가 아니라 오직 설교 시작 시간까지 남은 결과에 비례했다.

이렇게 시간도 중요한 변수로 나타나지만 현대 사회에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가, 뜻하지 않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방관을 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이 법은 응급을 요하는 환자에게 순수하게 도울 목적으로 응급 처치를 행한 것이 본이 아니게 잘못되어 재산상의 피해를 입히거나, 사상이 일어났을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업는 한 형사상의 책임을 감해주는 법적인 면책을 말한다.

이 법은 일반인도 적극적으로 위험에 노출된 사람을 돕고, 구호 활동에 도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취지로 만들어 졌으며, 미국의 많은 주와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6월에 개정되어 2008년 12웡 14일부터, 응급환자를 구호할 목적으로 응급처치를 하다, 사망에 이르거나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감면하거나 면제한다는 ‘구호자 보호법’이 있다.

우리 민족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항상 도우며 살아왔다. 우리 속담에도 멀리 있는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더 낫다고 했다. 나도 어떻게 위험에 노출 될수 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내 가족 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돕는다면 나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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