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1805년 오스트리아 모라비아에 위치한 아우스터리츠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의 연합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프랑스황제였던 나폴레옹과 신성로마제국의 프란츠 1세, 러시아 제국의 알렉산드로 1세가 참여해 3제 회전이라고도 한다. 이때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승리를 거둬 나폴레옹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프랑스는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승리는 기동력에 있었다. 프랑스 병력은 약 7만인데 연합군은 8만 5천이었고, 사상자는 프랑스 8천명 연합군은 1만 5천명 포로가 1만 2천명 중포 180여문의 손실이 있었다. 나폴레옹의 전쟁 중 가장 빛나는 전쟁이었다. 처음에 전쟁이 개시되자 나폴레옹은 우선 숫자의 열세 때문에 정면 승부를 피하기로 했다. 7만의 정규군을 여러 군단으로 나누어 흩어지게 하고 전략적 요충지를 버리고 전략적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는 전략적 후퇴를 병력 열세로 판단하고 자만하며 러시아군을 대거 투입해 진군 시켰다. 이는 곧바로 나폴레옹의 덫에 걸려들었다. 알렉산드로가 젊고 전투경험이 별로 없으나 젊은 혈기에 공명심이 넘친다는 것을 나폴레옹은 간파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파 놓은 함정에 빠진 동맹군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하여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나폴레옹 황제 즉위 1주년을 맞아 화려한 승리를 거둔 아우스터리츠 전투다.

나폴레옹은 병사들을 최대한 분산 시켰다. 그리고 주력부대만 전투를 하고 분산된 부대는 밀고 당겨 적을 분산시키고 교란 시켰다. 그러나 적은 분산시키려 하는 의도를 알지 못하였다. 아무리 강해도 분산되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을 나폴레옹은 노렸다. 이른바 분산과 집중의 덫에 걸려 패배를 부르고 만다. 분산과 밀집전략의 최대 강점은 원활한 기동력이다. 기동력이 생명인데 18세기 당시에는 말 잔등에 식량과 탄약 막사와 개인 화물을 싣고 운반 하므로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은 이런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느린 기동력을 보완하기 위해 식량은 현지조달을 목표로 했고, 개인 화물도 최대한 줄임으로, 화물이 약 70%정도가 줄어졌다. 그 결과 당시 행군속도가 분당 70보였는데 화물을 대폭 줄이자, 120보 까지 확보 할 수 있었다. 싸움에서 기동력이 12:7이면 전력은 이의 제곱인 144:49(12×12:7×7)로 2.93배, 대략 3배차이가 난다. ‘승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수적 열세를 분산과 집중을 거듭하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전략은 이미 13세기 때 정복자라 일컫는 아시아의 최강자 칭기즈칸이 구사 했던 전투 방식과 흡사한 면이 많다. 몽골의 전사들은 말린 고기와 가죽 주머니에 든 말 젖 한통이면 말에서 내리지 않고도 며칠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정착민들은 전투원들보다도 보급대원들이 더 많을 정도로 느렸던 것이다.

중국의 수(隋)나라가 우리 고구려를 침입 했을 당시에도 개인에게 지급된 물자가 무거워서 도중에 버림으로 식량난에 봉착하였는데 첩자를 통해 수나라 상황을 간파한 을지문덕이 고구려 깊숙이 유도해 청천강에서 수장시켜 이른바 살수대첩의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전쟁사를 보면 기동력이 좌우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전도 속도전이다.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내야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국력낭비는 물론 병사들도 지쳐 의욕이 떨어져 패배할 수밖에 없다. 칭기즈칸도 당시 기병이 없었다면 세계는커녕 중국도 정복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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