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흥망성쇠(興亡盛衰)는 반복하니 모든 일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중국 당(唐)나라 초기 최초로 여황제가 등장한다. 당 고종의 황후였던 측천무후(則天武后)로 15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황제였다. 본명은 무조(武曌)인데 태종(太宗)의 후궁으로 들어갔으나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병들어 정치에 손을 놓을 무렵에 병간호를 하다가 태종의 아들 황태자로 지목된 이치(李治:후에 고종이 됨)와 눈이 맞아 서로 연모하는 사이가 되었다.

태종이 죽자 감업사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었다. 황제가 죽으면 후궁들은 자식이 없으면 세상과 단절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지정한 절로 들어가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 뒤 태종의 뒤를 이은 고종은 정비 왕 황후(王皇后)가 있었으나, 후궁인 소 숙비를 더 총애했다. 왕 황후는 고민 끝에 속세를 떠나 절에 들어가 있는 무조를 이용하여 고종과 소 숙비를 갈라놓으려고 음모를 꾸민다.

왕 황후는 고종이 무조와 서로 연모하는 사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훗날 더 큰 재앙을 생각하지 못하고 눈앞에 일만 생각한 것이었다. 다시 부름을 받은 무조는 고종과 왕 황후의 신임을 받아 소의 자리에 올랐다. 물론 소 숙비를 쫒아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결국은 음모를 꾸며 소 숙비를 유폐시키고, 얼마 후 왕 황후마저 모함하여 몰아내고 정식으로 황후가 된다. 왕후자리에 오른 그녀는 자기만의 세력을 구축하는 한편 고종과 함께 수렴정치를 하면서 깊이 개입 한다.

고종이 죽고 중종이 즉위하자 섭정을 하였는데, 세력이 왕성해지자 중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가 된다. 황제가 되니 거대한 중국에서 최초의 여자 황제가 탄생한 것이다. 새로운 황제답게 나라이름을 주(周)로 바꾸고 스스로 신성황제(神聖皇帝) 라고 부르게 했다. 이 광경을 보고 대신 소안환이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며 상소를 올리는데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이씨(李氏) 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직까지 황제 자리에 있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物極必反) 그릇이 가득차면 넘어지기 마련(器滿卽傾)인데,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사물이 극에 달해 물러날 때가 되었으니 물러나야 된다고 간언을 해서 물러날 사람 같으면 애초에 권력을 쥐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간언정도는 못 들은 척 할 정도로 스케일이 큰 여자였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넘어지거나 엉뚱한 곳에서 반전이 시작 된다. 측천무후라고 세상의 법칙은 예외가 있을 수 없었다. 서슬이 파랗고 천하를 좌지우지 할 수는 있어도 자연은 거스를 수 없는 법.

주씨 천하로 대대손손 이으려 했지만 마침내 장간지를 필두로 친위군 500명에 의해서 폐위되고 말았다. 어느 누구도 물극필반의 세상 이치를 벋어 날수 없었다. 《예기》에도 그릇이 가득차면 기울고 뜻이 가득차면 뒤집히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등산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갔던 길을 내려와야 하는 것 같이 권력도 언젠가는 내려 놔야 한다. 물러나야 할 때를 놓치면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권력을 잡으면 항상 뒤를 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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