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화 법성포초 교사

교사 직업을 가지고 영광에 발령이 난지 12년이 조금 넘었다. 영광교육지원청에서 신규교사 임명장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당시에는 오늘까지도 이곳 영광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년 동안 나는 신규교사들이 흔히들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마음의 생채기가 생기기도 하고 아물기도 하였다.

그렇게 성장해가던 어느 날, 교실에 걸려 있는 거울을 보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거울에는 풋풋했던 새내기 교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여느 아주머니와 다를 게 없는 얼굴이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것일까?

그러나 지금도 교직 생활에서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은 학교 업무나 동료들의 관계, 학생과의 관계가 아니다. 바로 학부모와의 관계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사회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문화에 금방 적응한다. 이에 따라 학부모님들의 생각도 변한다. 그러면 교육도 이를 반영해야하는데 교육은 바로 변하지 못한다.

교육이라는 것이 특성상 학생의 학습과 인성에 대한 인생 전반 모두를 반영해야하는 것이기에, 나아가야 될 방향과 큰 틀이 자주 바뀌는 것은 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의 요구와 교사와의 교육관에는 사실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학생을 두고도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른 의견들이 분분하다가 부딪히는 그 때가 가장 곤란하고 어려운 순간이 된다.

영광에 사는 학부모님들도 다른 지역에 못지않게 자녀들의 학업과 학교생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매해 자녀들이 새 학년에 올라가면 학부모로서 가장 바라는 소원은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라는 것도 주변의 엄마들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도 좋은 담임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좋은 선생님’의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엄마는 친절하며 관대한 선생님을 원하고, 어떤 엄마는 엄격하며 체계적인 선생님을 원한다. 어떤 엄마는 다양한 체험을 해주는 선생님을 원하고, 어떤 엄마는 체험보다는 성적을 올려줄 선생님을 원한다.

이와 같은 목소리를 교사로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학급을 운영해야 하는가가 요즘 내 숙제이다. 또한 시대가 빠르게 변함에 따라 갖추어야 할 교사의 소양들도 더 많이 생기므로 여러 가지 연수를 받으며 학생들에게 주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도 한다.

12년 동안 영광에 살면서 내년이면 나도 큰 아이의 학부모가 된다. 내가 학부모가 된 모습을 상상해보면 학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듯 역지사지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학부모와 교사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과 따뜻한 관심으로 학생을 위한 가장 좋은 길을 찾을 때, 서로 더 소통하며 더 좋은 학부모와 교사 사이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김진화 법성포초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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