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유럽 북단에 위치한 스칸디나비아 반도 고원지대에는 레밍(Lemming)이라 불리는 들쥐가 있다. 이 쥐들은 주로 떼를 지어 서식하는데, 가끔 집단 자살소동이 벌어진다. 그 연유는 먹이가 부족할 때 주로 일어나는데, 무리를 뒤따르던 쥐 한마리가 갑자기 먹이를 찾아 선두그룹을 앞지르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보고 옆에 쥐들도 먹이가 있어서 가는 줄로 착각하고 뒤따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먹이는 보이지 않고 절벽을 만나 탄력으로 떨어져 죽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렇게 옆의 사람만 보며 무작정 질주하는 사람을 경제학에서 맹목적 질주의 ‘폰지 게임과 로의 법칙’ 이라고 한다. 1920년대 미국 플로리다의 찰스 폰지(Charles Ponzi) 라는 사람이 국제 쿠폰사업을 한다면서 투자자들을 모집해 최초로 다단계 사업을 실시했던 데에서 유래되었다. 조건은 90일에 1.5배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당시에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투자처라고 선전했다.

이 선전에 유혹되어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자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폰지는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고 시간이 도래하자 그 돈으로 약속대로 1.5배에 준하는 이자를 상환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아무 탈 없이 잘 막아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할수록 투자자들은 줄어들고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사업은 어려워지고 마침내는 막을 돈이 없어 공중분해 되고 만다.

요즘도 가끔 보는 전형적인 다단계의 종말인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사람들은 ‘폰지 게임’이라고 불렀다. 제삼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명백한 사기인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욕심에 눈이 멀어 정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욕심으로 안보이다가, 나중에는 의심이 가더라도 이제는 돈이 아까워 억지로라도 믿고 싶어 한다.

역사적으로 튤립을 사랑하는 네덜란드에서 실제 17세기에 이런 일이 있었다. 네덜란드는 봄이면 온 나라가 튤립으로 뒤덮인다. 아름다운 희귀종은 이 나라에서는 부(富)의 상징이기도 했다. 튤립이 투자 가치를 가지게 되자 모든 국민들이 본업보다도 튤립에 더욱 열을 올리며 마침내 국민 전체가 튤립 투기에 올인 하다시피 했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구근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튤립은 1633년 500길더(guilder:네덜란드 화폐단위)에서 1637년 1만 길더로 가격이 수직 상승했다.

꽃 한 송이 가격이 웬만한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이었다. 그러다 거품이 내려앉자 전 재산을 고급 튤립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2008년 미국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월가에 버나드 메이도프라는 저명인사가 나타나 일대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이런 유명인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투자하면서 사기극에 걸려들고 만다.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영화감독 스필버그도 이 사기극에 걸려 희생양이 된다. 유명인사뿐 아니라 날고뛴다는 금융회사도 이 사기극에 예외일 수가 없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육기관도 걸려들어 수 천 억 원의 손해를 보았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우리나라로 치면 코스닥 이사장 격으로 금융에는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또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한 가지는 유태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가는 유태인들이 장악하다시피해서 더욱 믿음이 갔던 것이다. 헤지 펀드의 이론가인 앤드류로 교수에 따르면 연속적인 투자 상관성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전 달과 이달의 수익이 일치하면 투자 상관성을 100으로 본다. 투자 상관성이 높을수록 사기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불안한 주식시장에서 특정 펀드가 일정 수익을 연속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은 펀드매니저가 자료를 왜곡하거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매이도프는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10~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거짓자료를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 모았다. 당시 잘나가는 정상적인 투자가들의 평균은 약 3%에 불과했었다. 사기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고수익에 현혹되어 사기를 당한 사람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말이나 이론이 너무 완벽하고 빈틈이 보이지 않으면 일단 의심해 보라고 한다. 옛 어른들 말씀에도 실수가 없이 너무 완벽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일확천금을 노리지 말고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걷는다면 사기 란 나에게 없을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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