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해룡중학교 진로진학상담 교사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다음 4가지의 인간상을 추구하고 있다.

① 자주적인 사람 :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사람

② 창의적인 사람 : 다양한 발상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사람

③ 교양 있는 사람 :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사람

④ 더불어 사는 사람 :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한 번씩은 읽어 보았을 ‘15 소년 표류기’를 통해서 2015 개정교육과정의 추구하는 인간상인 ‘자주적인 사람’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대강의 줄거리는 여름 방학을 맞아 15명의 소년은 배를 타고 여행하던 중에 폭풍을 만나 2주간이 표류하다 무인도에 닿고, 섬을 탐험하던 그들은 굴을 발견하여 생활한다. 겨울에 소년들은 눈 속에서 식량을 구하고 굴을 넓히기도 하면서 온갖 고생과 모험을 겪는다. 2 년이 지난 어느 날 섬에 악당들이 몰려와 이들과 싸움이 벌어지고 소년들은 힘을 합쳐 용감하게 무찌른다. 그리하여 소년들은 악당들이 타고 온 보트를 이용하여 2년 만에 다시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을 기억하면서 나는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자주적 생활능력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교육기본법 제2조의 우리 교육의 목적을 반추해본다. 과연 우리는 학교나 가정에서 자주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부모나 교사는 우리 아이들을 천하보다도 귀한 생명이라는 인식하에 청지기의 역할에 충실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의 유산인 산업사회의 경쟁중심의 이념으로 지도하며 그것이 진리인 것처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초중고등학교를 순종적인 아이로 기르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철저히 승리의 비결이 여기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 어른들은 우리가 그렇게 배웠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이제는 다 컸으니 이제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정답 맞히기에 급급하고 명령받은 프로세스에 따라 행동하기를 바라는 로봇처럼 지금 우리 교육이 직면한 상황이라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난파선에서 나와 새로운 생활 터를 스스로 개척하고 사냥과 낚시를 해서 식량을 마련했고, 매일 매일의 학습 시간표를 만들어 공부하는 고든을 비롯한 15명의 아이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인 것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씁쓸한 사실이다.

이런 자주역량을 강화해 문제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생각한다. 학교에서의 교과 공부는 기본적인 개념과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는 청소년단체와 같은 동아리 활동의 강화를 통한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우리 지역에도 많은 청소년 관련 단체들이 있지만 학교 교육을 보조하는 변방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함께해야 한다는 말처럼 지자체가 앞장서고 학교 안과 밖이 하나 되는 교육이야말로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기르는 데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정답을 구하는 지식이 아닌 스스로가 주인 되는 삶을 위한 노력과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 활동 중심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로봇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소중한 생명이다. 이제 컸으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을 때 알아서 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는 습관을 기관은 제도를 만들어 당당한 미래사회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승룡 해룡중학교 진로진학상담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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