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서로 비슷하거나 같은 수준의 집단들이 모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끼리끼리 논다는 비난 섞인 말로 많이 쓰인다. 이 고사의 유래는 서기전 약 400년경 제(齊)나라의 순우곤(淳于髡)의 이야기에서 보인다. 본래 순우곤은 노예였다.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하여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며 살았었다. 그는 노예생활을 극복하려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말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말을 능숙하게 적절한 비유를 해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경지에 까지 올랐다.

그 뒤 부잣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행운을 얻을 수가 있었다. 어느 날 장인 집에서 제위왕을 만나는 또 한 번의 행운을 얻었다. 이야기를 잘했던 순우곤은 왕실로 들어와 왕과 함께 지내는 행운까지 얻게 된다. 위왕이 죽고 이어 제선왕이 등극하자 선왕에게도 신임을 얻었다. 선왕은 이제들을 많이 등용하고자 사람들에게 현인(賢人)들을 많이 추천하라고 명령했다. 순우곤이 7명을 한꺼번에 추천을 했다.

선왕이 놀라는 투로 “과인이 알기로는 ‘1천리에 한명의 선비만 있어도 어깨가 부딪칠 만큼 많이 존재하고, 1백년에 한명만 나와도 발뒤꿈치가 닿을 정도’라고 했소. 그런데 그대는 하루에 7명의 선비를 소개하니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자 순우곤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날짐승들은 모두 날개가 있으므로 함께 날 수 있고 들짐승들은 발이 있으므로 함께 달릴 수가 있습니다. 자호나 길경(桔梗:도라지) 같은 산에서 나는 약제를 강가의 습지에서 얻으려면 몇 세대에 거처 찾아도 한 뿌리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서산 이나 양보산에 가서 찾는다면 빈 수레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물에는 각기 비슷한 부류가 있으며 저 순우곤도 현자들의 부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 현자를 저에게서 구하는 것은 마치 강에서 물을 긷고 부싯돌로 불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장차 더 많은 현자를 왕께 알현 시킬 생각입니다. 어찌 7명에서 그치겠습니까.”

그에 앞서서 ‘본래는 《주역(周易)》 <계사편>에 하늘은 높고 땅이 낮아, 하늘과 땅의 구별이 정해졌다. 낮은 것과 높은 것이 벌여 있어서 귀한 것과 천한 것이 각기 자리를 얻게 된다. 움직임과 고요함에 일정함이 있어 강한 것과 유순함이 결정된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은 같은 종류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지니 이로부터 길함과 흉함이 생긴다.’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마른 곳으로 향한다. 구름은 용을 좇아 일고 바람은 호랑이를 좇아 분다. 성인이 나오면 만물이 보고 하늘의 근본을 두는 것은 위와 친하고 땅에 근본을 두는 것은 아래와 친하니 이는 각자가 그 비슷한 것을 좇기 때문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에 하나인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 제나라 순우곤도 여기서 같은 종류대로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인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도 마찬가지다. 끼리끼리 노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차이가나면 서로 부담스럽다. 특히 결혼에서도 그렇다.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배우자가 좋지, 너무 차이가나면 서로가 불행의 말로를 맞을 확률이 높다. 유유상종은 우리에가 너무 높은 데나 또는 너무 낮은 데보다는 자기의 눈높이에 걸 맞는 것과 친한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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