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농업이 천하의 기본이란 뜻이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농업이니 사람이 살아가는 데 농업이 기본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제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이 시대 이 나라의 농업은 권력을 가진 모든 기관과 사람들의 골칫거리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기본이 흔들리면 그 존재 자체가 흔들린다.

농업은 이 나라의 근본이었다. 모든 산업은 농업 다음에 위치했다. 농업이 근본이며 가장 높이 여겨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기에 농업을 가볍게, 아니 귀찮은 존재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면서 공산품 수출의 희생양을 삼고 있다. 쌀 재고가 넘쳐흘러도 의무적으로 수입을 해야 하는 협정을 맺었다. 농민들의 소리는 외면하고 상·공업의 목소리만 반영하는 정책이다.

이 나라의 정책은 마치 농업은 이제 이 나라에 필요 없다는 듯하다. 근본이던 농업을 외면하는 것은 부모가 늙었다고 내다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농업의 바탕 위에서 상·공업의 발전을 이룬 역사를 외면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이며 소중한 먹거리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결국 공산품 수출을 위해 먹거리는 수입해 먹어도 좋다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했다.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이다. 제 땅에서 나는 음식이라야 체질에 맞는다는 말이다. 제 땅에서 나는 먹거리를 먹지 말라는 나라, 정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조금 덜 먹고 덜 쓰고, 불편하드라도 제 땅에서 나는 먹거리를 적당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는 나라이길 바란다. 신토불이를 막는다면 수출 세계 몇위, 세계 몇 대의 경제대국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 식량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못해서야 어떻게 나라를 지키겠는가. 안보를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안보 자원인 식량 자원을 자급하는데 소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ㄴ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모든 먹거리를 공산품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수입해 먹을 수밖에 없다. 소홀한 농업 정책으로 이 나라의 농업 기반은 무너지고 농민은 땅을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쌀 수매 시기가 눈앞이다. 농민들은 거둬들인 나락을 야적, 시위에 들어가고 정부는 경찰을 동원, 이를 막는 비극이 이 땅에 연출될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 농업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상공업이 농업의 희생을 보상하지 않는 정책은 농업, 농업인으로서는 더는 감당하기 힘들다. 이 땅의 농민들이 나라를 버리기 전에 농업을 향한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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