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포스트 조국 정국은 이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충돌의 양상도 격렬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공수처 대상에 국회의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를 ‘문재인의 게슈타포’라 비난했다.

공수처 설치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법안이다. 발의 당시 두 가지 취지를 담고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의 부패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고위직의 부패지수는 심각한 게 사실이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CP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6점을 받아 OECD 34개 국가중 27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국민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타 국가들에서도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전담하는 공수처와 같은 특별조사기구 설치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1960년에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부패행위조사국’을 설치했다. 홍콩은 1974년에 ‘염정공사’라는 부패수사 전담기구를 만들었다. 호주에도 ‘뉴사우스 웨일스 주 반부패위원회(ICAC)’가 있고, 미국은 연방정부기관 조사를 담당하는 ‘특별조사위원실’이 설치돼있으며 강제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사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러한 특별기구가 설치된 국가들 대부분이 부패인식조사에서 높은 수준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부패조사기구를 만든 싱가포르는 국제투명기구 조사에서 매년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격렬하게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국민 70%가 공수처 설치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고집을 피우다 보면 자칫 스스로 뒤가 구리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여론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삼권분립에 위배 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수처는 이미 헌법학자들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조국 퇴진 투쟁으로 얻은 지지율 상승을 공수처 설치 반대로 한목에 까먹을 수도 있다.

공수처 설치가 여야 간의 타협의 대상이 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공수처 신설에 집권 여당이 뒷걸음질 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조국 정국에서 까먹은 지지율을 공수처 공방을 통해 다시 채울 궁리를 할 여지가 많다. 여당으로선 국민적 지지를 등 뒤에 둔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공수처 반대는 황교안 대표의 무덤이 될 소지가 많다. 조국 퇴진 운동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이 사퇴 발표를 하자 황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공수처 설치 반대를 표명했다. 정치 초년생의 경박한 몸짓이었다. 검찰 출신으로서 검찰개혁을 막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했던 게 결국 조국 퇴진 운동에 맹진한 숨은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중도층의 의구심이 지펴진 것이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촛불 민심이 정쟁의 판관이 됐다.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쳤던 촛불시민들은 이제 장소를 국회 앞으로 옮겨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간 검찰개혁,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치권에 묻고 있는 셈이다.

이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늦가을…국회 앞 촛불집회가 겨울에 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곡된 정치 때문에 국민들 고생이 너무 심하다.

◇박호재(朴琥載) 편집위원 약력

본적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복천리 913

◇학력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도시계획 전공/ 공학석사

전남대학교 졸업/ 건축공학과

◇경력

前 (재)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전 큐레이터

前 광남일보 편집국장

前 전남매일 편집국장

前 광주전남 뉴시스 취재국장

前 광주북구청 '문화의 집' 운영위원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정책실장

前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前 아시아경제신문 호남본부, 부사장 겸 편집인

現 프레시안 (Pressian) 취재국장

2015-現 영광군민신문 편집위원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