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의 세상읽기]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들여다보기

고광용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예산과 정책의 집행뿐만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말과 글로 표현하기도 한다. 시정연설이란, 대통령이 정부 예산편성이나 정책에 대한 정부 입장, 국정 전반을 국회에 나와 직접 설명하는 연설을 말한다.

이번 문 대통령 시정연설 취지는 내년도 2,020년 513조원 규모 예산안과 적극적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경제 활력을 위한 ①혁신의 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②포용·공정의 힘,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③평화의 힘 등 3가지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어 내년 국정운영의 키워드로 공정과 개혁, 검찰개혁, 민생과 안전, 3가지로 제시했다. 본 글에서 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문을 1)키워드 기반, 2)재정투자 방향, 3)공정과 개혁, 4)검찰개혁, 5)노동존중사회 등 발언순서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언론에서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의 주요 키워드를 공정과 혁신을 꼽았다. 사실 공정 27회, 혁신 20회 나왔기 때문에 상당히 주요한 키워드는 맞았다. 하지만 실제 언급된 주요 키워드는 경제(29회), 재정(21회)이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상기의 키워드 외에도 국회 19회, 포용 14회, 평화 11회, 검찰(개혁)/공수처 10회/4회, 청년 8회, 민생 6회, 여성 4회, 복지 2회, 노동 0회 언급되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포용 14회, 복지는 2번 밖에 언급되지 않은 반면 경제와 혁신이 각각 29회, 20회 언급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노동·재벌개혁보단 경제(혁신)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다. 물론, 경기 하강 국면에 재정을 적극적 역할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에 더 큰 관심이 있겠지만,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과 복지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언급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재벌개혁 각 0회, 청년 8회, 비정규직 1회 밖에 언급되지 않은 것인데, 충격적이다. 집권 초 강조했던 노동존중사회, 재벌개혁, 청년과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게 아닌 가 의심이 들 정도다. 아울러 여성을 언급한 것도 4회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재정을 21회 언급한 만큼,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강조했다. 재정을 통한 저성정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해결과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및 경제 활력의 마중물 역할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최상이 수준이기에 국가채무 수준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 발언은 시의적절 했다고 판단된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적자국채 26조원 발행 등 31조원 적자재정 운용, 재정의 3대 투자방향으로 1)우리 경제의 ‘혁신의 힘’을 키우는 재정, 2)우리 사회의 ‘표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키우는 재정, 3)우리 미래, ‘평화의 힘’을 키우는 재정 등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원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성적인 저성장과 경기 후퇴 속에 경기부양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위해서는 증세와 국채 발행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당장 증세가 어렵다면 더욱 과감한 GDP 대비 2.5%~5%(50조원~100조원) 수준 국채발행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대선 공약에는 재정지출 절감, 고소득자·고자산가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인상, 법인세 인상 및 불공정행위 과징금 확대 등 재원방안을 가지고 있었으나 관련 계획이나 추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공정과 개혁은 최근 조국 사태 계기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중요한 키워드였다. 문 대통령은 크게 1)반부패정책협의회 강화, 2)공정경제 법안 통과, 3)학종 전면 실태조사 및 정시 비중 상향, 4)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감사 강화 등을 제시했다. 대부분 이행되어야 하지만, 정시 비중 상향은 수능 절대평가화 등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며, 공정한 입시제도가 아니라 학생들을 사교육과 입시지옥으로 내몰기에 철회되어야 한다. 검찰개혁 역시 문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시정연설에서 중요한 키워드였다. 문 대통령은 1)인권보호 수사규칙 및 형사사건공개(피의사실공표)금지 규정 제정, 2)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의 국회 처리 요청 등을 제시했다. 이는 국회와 법무부에서 적극 실현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은 노동이라는 단어의 직접적 언급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노동이 아닌 근로는 4번 언급됐을 뿐이다. 노동존중사회 관련 연설내용을 살펴보면, “근로시간 단축 확대 시행에 따른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 시급”으로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 후 개악 양상을 보인다. 대선 공약의 주요 꼭지였던 노동존중사회 실현이 무색한 상황이다.

내년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방향에서 ①정시 비중 상향, ②탄력근로제, ③규제자유특구 등은 3대 개악이자 대선 공약 정면 배치 내용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①정시 비중 상향은 당초 수능 절대평가제 및 입시단순화, 학종 개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사안이다. 오히려 공약 이행이 요구된다. ②탄력근로제 역시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에 전혀 없던 내용으로, 기업들의 노동시간 단축 준수를 피하는 꼼수에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기존 주52시간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했던 근무만큼 추가인력을 채용 배치하도록 적극적으로 규제·지원해야 한다. ③규제자유특구는 지역주민보다 관련 지역에 투자하는 대기업과 토호기업에 그 이익이 집중될 수 있다. 대선 공약에 규제프리존은 없었으며 민주당은 규제프리존에 대해 공공성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광용(高光龍)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약력

생년월일 : 1984. 3. 5

◇학력

고창 매산초등학교 졸업

고창 대성중학교 졸업

전주 완산고등학교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사 및 행정학 석사

고려대학교 행정학 박사수료

◇경력

現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

現 한국행정학회 학술정보위원

前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