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많고 복잡한 정보들 중에서도 본인에게 의미 있거나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듣거나 받아들이는 현상을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한다. 시끄러운 파티장이나 많은 사람이 모여 대화를 하는 속에서도 누가 나를 부르거나 나에게 관심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놓치지 않고 다 듣는다. 즉 본인이 흥미를 갖게 되면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는 이야기는 제법 큰소리로 외쳐도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도시의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흔히 층간 소음문제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소음문제가 야기되면 이해하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더 받기 일쑤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웃 간에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층간 소음을 하소연할 때 실제로 조사해보면 피해자의 말과는 달리 엄청난 소음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사람마다 소음이 주는 스트레스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인데 소음이 자기 머릿속에 스트레스로 각인되기 시작하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칵테일파티를 이론으로 체계화시킨 사람은 영국에 인지과학자 콜린 체리(Edwrd Colin Cherry, 1914~1979)다. 그는 1953년 청각실험을 통해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알려져 있는 현상에 관해 처음으로 구체화시켜 보고했다. 시끄러운 파티장의 소음들 중에서도 마주선 사람들끼리는 대화가 가능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즉각 알아듣고 반응하는 현상을 비유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

그가 주목한 관심사는 여러 사람의 대화가 동시에 들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기에게 관심 있는 이야기는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이것을 자기만의 선택적 지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감각 기억 때문인데, 감각기억은 청각에서 일어나는 잔향기억과 시각에서 일어나는 영상기억으로 구분되며 칵테일파티 효과는 잔향기억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칵테일파티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자신이 참석한 회의를 테이프리코더로 녹음을 해서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본의 심리학자 사이토이사무는 이렇게 말한다. “회의 중에는 듣지 못했던 의자소리나 문소리는 확실히 들리는 반면 회의 때는 잘만 들리던 발언자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테이프리코더는 음성을 기록 하는 데는 편리하지만 소리를 선택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인간의 귀가 훨씬 우수하다. 이런 능력이 있어서 소음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스마트 폰도 그 점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능가할 수 없다. 사람은 소음이 심한 곳에서도 이 효과 때문에 자기에게 유리한소리를 골라서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지만 스마트 폰은 그것이 아직 안되기 때문에 과제로 남아있다. 음성인식을 탑재한 스마트 폰의 판매량을 늘고 있지만 아직도 정당성은 개선해야할 점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상당부분 이 칵테일파티 효과와 관련이 있다. 실제로 한국 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 센터’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가내수공업 소음으로 시달린다는 민원에 직접 확인해보면 거의 신고자의 말과 다르다.” 관련 학자들에 의하면 “윗집은 갈등이 길어지면 아랫집이 과민 반응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름대로 소음을 줄여보려 노력해도 항의는 계속 되기 때문이다. 이때 아랫집은 실제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번 소음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소리자체에 예민해져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것도 칵테일파티 효과인 것이다. 윗집의 특정소음을 오래 듣고 있노라면 스트레스로 작용해 그 소음이 더욱 크게 들리는 것이다.”

의사가 청진기를 통해 나는 소리를 일반인보다 더 잘 듣는 것 도 같은 원리다. 이런 선택적 지각의 문제는 대인관계에서도 문제를 낳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선택적 지각으로 인해 열등감이 많은 사람은 타인의 무심한 행동도 자신을 무시했다고 볼 수 있는 경향이 있다. 선택적 지각이 완벽해지면 망상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장단점이 있는 칵테일파티 효과는 시끄러운 곳에서도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의 축복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정보 편식을 조장하는 인터넷 칵테일파티 효과는 사회적 소통을 어렵게 만듦으로 지양해야 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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