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담 안에 편안하게 있으면 걱정 근심이 사라진다는 편안한 상태를 말한다. 전국시대 제나라 민왕(湣王) 때 남으로는 초나라에 승리하고 이어 송나라마저 멸망시켜, 제후들이 제나라에 복종하자 기고만장한 민왕은 교만해졌다. 제나라 백성들은 전쟁에는 승리 했어도 그의 정치제도에는 불만이 많았고 견디기 힘들어 했다. 한편 연나라 소왕은 이 틈을 타 명장 악의(樂毅)를 내세워 진(秦), 한(韓), 위(魏), 조(趙)와 합종을 성사 시켰다.

마침 이 나라들은 제나라를 미워하던 참이라 쉽게 합종은 성사되었다. 악의는 5개국의 총사령관이 되어 제나라를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다. 교만했던 민왕은 거(莒)나라로 피신했으나 결국은 살해되었다. 싸움이 끝나자 연합군은 해체되어 각자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악의는 연나라 군대를 이끌고 아직 항복하지 않은 제나라 성과 고을들을 평정시키고 제나라 70여개 성을 항복받아 모두 연나라 군현으로 편입 시켰다. 남은 성이라곤 거와 즉묵 두 성 뿐이었다.

그때 제나라에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병법에 밝은 전단(田單)이란 사람이 있었다. 연나라 군사가 침입했을 때 집안사람들을 시켜 차축 끝을 모조리 잘라버리고 쇠로 싸서 튼튼하고 달리기 쉽도록 만들게 했다. 이윽고 연나라 군대에 의해 성이 함락되자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 달아났지만 차축이 부러지고 수레가 부서지는 바람에 대부분 연나라 군사의 포로가 되었다. 그러나 전단의 가족들은 차축을 미리 단단히 해 놓았기 때문에 탈출에 성공하여 즉묵으로 무사히 피신할 수 있었다.

명장 악의가 이끄는 연나라 군대는 즉묵을 포위했고 그곳의 대부는 직접 나가 싸우다 전사하고 말았다. 성안의 사람들은 전단이 병법에 능하고 현명한 사람인 것을 알고 그를 장군으로 추대했다. 전단은 끝까지 즉묵을 지켜냈다. 그러던 차에 연나라 소왕이 죽고 평소 태자 때부터 악의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혜왕이 즉위했다. 이를 안 전단은 악의를 제거하기위해 첩자를 보내 흑색선전을 해댄다.

혜왕은 흑색선전에 말려들어 악의를 불러들이고 기겁을 대장으로 임명하여 싸우도록 했다. 전단은 다음으로 민심을 안정시키고 군사들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계책을 썼다. 이 계책이 효과를 거두자 전단은 비로소 대오를 정비하여 전투준비를 완료했다. 그리고는 유능한 군사들은 뒤에 숨겨두고 늙은이와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성위로 올려 보낸 다음 사자를 보내 항복을 약속했다.

연나라 군대는 모두 승리라도 한 듯 만세를 불렀다. 전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하나의 작전을 폈다. 민간에게서 황금 2만 냥을 거두어 즉묵의 부호들을 통해 서신과 함께 연나라 장수 기겁에게 보내 즉묵성이 곧 항복하려 하는데, 그러면 자기 가족과 처첩들만은 노략하지 말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부탁 했다. 연나라 장수 기겁은 크게 기뻐하며 이를 허락했다. 연나라군사들은 이미 승리나 한 것처럼 점점 더 방심하고 기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이때 전단은 소를 이용한 기습으로 연나라 군대를 대파했다. 이른바 ‘화우지계’다. 적장 기겁을 죽이고 잃었던 70여개 성을 되찾아 제나라의 옛 모습을 찾게 된다. 사기 전단 열전에 나오는 이 말은 모든 관원들은 이전과 같이 편안하게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는 데서 유래 되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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