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미국 미시간 대학교 기숙사내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지 추적 조사하는 실험이었다. 미국 전역은 물론 타국인들이 모여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교우관계를 형성해 나가는지를 추적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먼저 같은 방이나 가까운 방에 기거하는 사람들과 가장 먼저 친해짐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가까이 있는 ‘근접성 효과’를 보이며 자주 보는 사람들로부터 시작해 호의적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져 감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시간이 차차 흐르면서 기숙사 내에서 함께 생활하고 서로의 태도나 성격, 지향하는 사고방식을 알게 되면서 자신과 같은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에게 친근감과 호감을 갖게 되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끼리끼리 모인다는 ‘유사성의 법칙’이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근접성이 호감을 일으키는 이유로 네 가지의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로 친밀감이 증가한다. 가까이 있으면 서로가 의지하므로 친밀감이 증가한다.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은 먼 곳의 친구나 친척보다도 훨씬 친밀해져 그자체로 호감이 증가한다. 둘째로 유사성이 강하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살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리적 근접성이 더해져 사람들의 유사성을 더욱 고조시킨다.

셋째로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활용가능성이 크고 도움받기도 쉽다. 가까이 있으면 시간이나 거리 때문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어떤 일을 서로 부탁할 수도 있고 나도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 의지 하므로 친숙도가 높아짐을 볼 수 있다. 서로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므로 집안에 대소사가 생길 때 도움을 청하고 받기도 한다.

넷째로 인지적 일관성을 갖는다. 싫어하는 사람 옆에서 산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될 수 있는 한 자신과 잘 어울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심리적 경향이 누구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까이 있는 사람과 멀리 있는 사람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대만의 한 청년이 펜팔을 통해 한 여인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대면은 한 번도 없었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편지가 오간지 2년이 지났는데 무려 700여 통의 편지가 여인에게 배달되었다. 우편배달부는 날마다 편지를 배달하기 위하여 이 여인을 싫든 좋든 찾아 대면해야 하는 것이 임무였다. 공교롭게도 배달부는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총각이었다. 여기에서도 근접성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매일 여인에게 편지를 보낸 펜팔 친구보다도 매일 편지를 배달해준 우편배달부 총각을 더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편지보다도 이 배달부를 보는 것이 반가워 기다리게 되었다. 펜팔 친구의 잘못은 열심히 편지만 보냈지 이 여인과 직접 만나 데이트를 하거나 대면을 하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던 것이다. 매일 편지를 배달해야하므로 이 여인과 대면하면서 사랑의 싹이 자랐던 것이다. 자주 만나 대면을 하는 바람에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친근감이 쌓여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 갔던 것이다.

이 여인이 실제 나중에는 편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편배달부를 기다리게 된 것은 인지상정 이었다. 결론은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2년 동안에 700번의 만남이 있었다면 오히려 그냥 무심코 지나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겠는가.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 펜팔 친구에게는 짠한 생각도 든다. 우리 속담에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근접성의 효과와 유사성의 법칙은 항상 함께 다닌다.

서로 이상이 비슷하고 취미가 같으면 친해지기 마련이다. 중화요리 집에서 친구들과 요리를 주문할 때 제일먼저 누군가가 우동하면 많은 사람들이 우동을 시킨다. 특히 직장 동료들과 갔을 때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상사가 시킨 음식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음식이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유사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자기는 자장면 먹고 싶어도 상사가 우동하면 대부분 따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의 특성을 당당하게 밝혀 나타내는 것도 자기발전을 위하여 좋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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