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원균(元均)의 패보가 조정에 알려지자 조정에서는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편 이순신도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믿을 것은 오직 수군뿐인데 그렇게 패배했으니 다시 희망을 걸 수 없게 되었구나” 하며 통곡했다. 선조는 비국대신들을 불러 의논하였으나 이조판서 이항복만이 이순신을 다시 통제사로 기용할 것을 주장할 뿐, 다른 대신들도 특별한 대답이 없었다. 이리하여 조정을 기만하고 임금의 명령을 불복종한 죄, 적을 토벌하지 않고 나라를 져버린 죄, 다른 사람의 공을 빼앗고 모함한 죄, 등의 말도 안 되는 죄명을 씌워서 죽이려고 까지 했던 이순신을 다시 통제사로 기용하기에 이른다.

이때는 선조도 미안한 마음은 있었던지 교서에서 “지난번에 경의 관직을 빼앗고 죄를 주게 한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잘 모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패전의 욕을 본 것이니 그 무엇을 말 하겠는가”고 했다. 미안함이 배어있는 변명이었다. 통제사에 재임용은 되었으나 남은 군사 120명에 전선은 고작 13척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백절불굴의 의지를 되살려 실망하지 않고 다시 수전을 준비한다.

명량 해전에 앞서 유명한 장계를 선조에게 올린다. “임진년으로부터 5~6년에 이르는 동안 적이 감히 충청·전라 양호(호남·호서)에 쳐들어오지 못한 것은 수군 선박으로 오는 길을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신에게는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면 오히려 막아낼 수 있습니다. 만일 지금 수군을 모조리 폐하신다면 이는 적이 가장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적을 호남으로부터 한강에 이르기까지 바로 진격할 것이며, 이는 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전투선이 비록 적다고 하나 미천한 소신이 아직 죽지 아니했으니, 적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정유년 8월 15일 드디어 명량 해전이 시작된다. 장병들에게 필승의 신념을 일깨운 다음 13척의 전선과 빈약한 수군 병력을 거느리고 물살이 거친 우수영을 전장으로 택하여 적을 유인하였다. 이때 이순신은 치밀한 계획 하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시간과 적 내부의 상황까지 파악하여 최후의 전투라 생각하고 임하였다. 13대 133으로 매우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보다도 더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순신이 아니면 해내지 못할 대승이었다. 명량대첩은 조선 수군을 재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중요한 계기였다. 칠천량 해전으로 잃었던 제해권을 다시 회복하는 전투이기도 했다. 사기가 오른 조선 수군은 장병들이 다시 모여들고 난민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삶을 회복했다. 군진도 예전 한산도에 영이 있을 때 보다 10배가 많은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제해권을 회복하고 수군을 재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이순신 개인의 능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순신이 23전 23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승리가 확보되지 않은 싸움은 절대 출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기는 23전 전승으로 배우는데 작은 싸움까지 합한다면 76전 76승이 된다고 한다. 세계 해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명장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순신은 패배가 없을까. 싸우기 전 미리 정세를 살피고 ‘지피지기’해서 조금이라도 패색이 보이면 응전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 11월 19일 노량에서 적군은 본국의 철군 명령에 의해 퇴각하려고 500여척이 집결하였다. 이 싸움은 정말로 최후의 결전이었다. 그래서 총 동원령을 내렸다. 싸움을 기피하는 명나라 수군제독 진린을 설득하여 공격에 나섰다. 명나라에서는 퇴각하기 때문에 그냥 물러가라고 공격을 하지 말 것을 요청 하였으나, 이순신은 우리 조선을 유린한자 한사람도 살려 보낼 수 없다고 하면서 맹공을 퍼부었던 것이다. 일본군도 당황하여 많은 사상자와 배가 파손되었다.

이 전투역시 최후의 결전으로 병력면에서 대승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두에서 직접 지휘하던 이순신은 적의 유탄에 맞고 쓰러진다. 눈을 감는 순간 까지도 “싸움이 현재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삼가라”고 조용히 최후를 맞이하였다. 마침 옆에 있던 아들 이회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통곡하려 했으나 이문욱이 옆에서 곡을 그치게 하고 옷으로 시신을 가려 숨기고 북을 치며 앞으로 나가 싸울 것을 재촉했다. <이순신 사후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4부로 이어집니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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