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작은 힘일지라도 큰 결심을 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는 이야기다. 각축을 벌이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지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통일한지 15년 만에 전국을 시찰하다가 도중에 갑자기 사망하고 말았다. 후계자는 장남 부소(扶蘇)로 지정했었으나 환관 조고(趙高)의 궤계로 함량이 미달되는 진시황의 열여덟째 아들 존재감도 없는 호해(胡奚)를 허수아비 황제로 세우고 권력을 장악했다.

황제 수업도 받지 못하고 여러모로 부족한 황제가 되고나니 정치는 말이 아니었고 세금과 부역으로 백성들의 불만은 날로 높아져 결국은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BC 209년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 농민들과 함께 중국 역사상 최초로 반란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승리하는 듯 했으나 나중에는 감당하지 못하고 금방 패망하자, 초나라의 귀족출신 항씨(項氏) 가문에서 초나라를 재건한다는 명목 하에 진나라를 토벌하기에 나선다.

당시 진나라를 타도하자고 나선 항씨 일가의 우두머리가 초나라 귀족 출신의 항량(項梁)이었다. 항량은 진시황이 초나라를 정벌할 때 진의 장군 왕전에게 목숨을 잃은 항연(項燕)의 손자였다. 그리고 형님의 아들인 조카 항우(項羽)가 장군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절강에서 일어나 젊은 조카 장수 항우를 앞세워 회계군수 은통(殷通)을 살해하고 이곳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에 이른다.

당시에 나이 70에 달하는 최고의 전략가 범증(范增)이 항우를 찾아와서 이렇게 설득했다. “진승의 패배는 당연한 패배입니다. 진나라가 멸망시킨 여섯 나라 중에서 초나라가 가장 억울했습니다. 회왕(懷王)이 진나라에 들어가 돌아오지 못한 이후로 초나라 사람들은 지금 까지도 회왕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공이 ‘초나라에 몇 집만 남아있어도 진나라를 멸망시킬 나라는 반드시 초나라일 것입니다. 진승이 처음으로 반란을 일으켰으면서도 초나라의 후예(後裔)를 세우지 않고 자기 스스로가 왕이 되었기 때문에 그 세력이 오래가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강동에서 군사를 일으키자 초나라 각지에서 뜻을 같이하여 일어난 사람들이 앞 다투어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조상 대대로 초나라에 충성했고, 초나라의 후예로써 다시 세울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항량은 노련한 전략가 법증의 계책을 옳게 받아들여 진나라에서 객사한 초회왕의 손자인 옹심을 어렵게 찾아내 왕으로 추대하고 초나라를 재건했다. 옹심은 너무 가난하고 초라했다. 남에 집 머슴으로 양치기를 하고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 항우 본기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범증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백성들을 설득하고자 내놓은 계책 이었다. 즉 초나라는 진나라에 억울해서 앙심을 품고 있으므로 몇 가구만 뭉쳐도 진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면 당한사람들이 뭉쳐 복수를 할 수 있다는 말로 쓰인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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