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하늘을 속여 가며 바다를 건넌다는 뜻으로 적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을 동원하고 허점을 찌르는 병법 36계중 제1계에 해당한다. 보통은 사람들이 준비가 철저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해이해지기가 더 쉽다. 그리고 늘 해오던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서양 속담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데 속으로 유약하다거나, 또는 겉으로는 유약하면서도 속으로는 강한 심지를 가진 경우가 있다. 전쟁에서 만천과해를 적용하여 군사적 행동을 숨긴 채 적의 빈틈을 노려 기회를 잡는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만천과해’를 설명하기위해서는 아군에게 쓴 작전이기는 하지만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과 설인귀(薛仁貴)와의 영락대전에서 설인귀 정요사략을 예로 들어 많이 설명 한다. 5천년 중국역사를 통틀어 보았을 때 최고의 왕은 정관지치(貞觀之治)라 일컫는 당나라 태종 때일 것이다. 당나라 정관 17년 태종은 30만 대군을 이끌고 직접 동토정벌에 나섰다. 계속 동진하던 어느 날, 태종을 비롯한 30만 대군이 해안가에 당도하였다.

바람이 심해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태종은 건너야할 바다가 걱정스러웠다. 태종은 회의를 소집하여 장군들에게 건너갈 묘책을 물었다. 그러나 장군들도 머리만 긁적일 뿐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뚜렷한 계책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이 흐르고 걱정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지역에 토박이 부자라고 하면서 한 노인이 찾아 들어온다. 특별한 묘안이 없는 상황에 이 노인이 태종에게 자기가 모든 준비를 다했으니 자기 집으로 함께 가자고 초대했다. 이 말을 들은 태종은 뚜렷한 계책이 없는 가운데 지역에 익숙한 노인을 신뢰하고 전 장병들과 함께 노인을 따라간다.

가서보니 수백채의 집이 즐비했다. 그리고 장막으로 촘촘히 쌓여있는 가운데, 이 노인은 태종을 동쪽 방으로 안내해 정중히 모셨다. 방안은 화려한 비단으로 가려져 있고 바닥도 푹신한 방석이 깔려 있었다. 태종을 비롯한 일행은 모처럼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오랜만에 연회에 만끽했다. 얼마 후 시간이 흐르자 방이 흔들리고 파도가 온 방안을 휘감았다.

장병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기 시작한다. 태종은 놀란 눈으로 장막을 걷고 밖을 보라고 했다. 장막을 걷는 순간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창밖은 망망대해였던 것이다. 이것은 부자 노인으로 분장한 설인귀가 태종과 장병들을 안심시켜 바다를 건너려고 속였기 때문이다. 그냥 설득하면 안 될 것 같아 계책을 꾸민 것이다.

이렇게 천지를 속여 바다를 건넌다하여 만천(滿天) 과해(過海)라고 한다. 이 계책을 병법에서 많이 쓰는데, 일부러 거짓된 모습을 밖으로 내보이고 진짜 모습을 감춰 적의 눈을 속이는 병법중의 하나다. 위장술을 통해 상대의 생각이 미치지 않은 틈을 이용하여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술이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도 나약함을 보이기보다는 허세를 부리며 여유 있는 듯 보이는 방법도 ‘만천과해’의 한 방법이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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