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동양의 유가경전하면 사서삼경(四書三經) 또는 사서오경(四書五經) 구경(九經) 십삼경(十三經)을 들어도 가장 으뜸은 《시경》을 꼽는다. 중국의 최초 왕국인 하(夏)나라 은(殷)나라를 지나 주(周)나라에 들어섰을 때 당시까지 유행가 가사처럼 많은 약 3000편의 노래들을 모아 공자가 산삭(刪削)하여 만들어 현재까지 전해지는 경전이다.

춘추말기 정리되어 전국시대를 거처 진(秦)나라가 천하통일을 하고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유교서적이 불태워질 때 함께 소실되었다가 한나라에 접어들어 유교가 다시 국가사상으로 숭상되면서 오경박사를 두어 훈고학을 통해 유교서적에 대한 복원이 이루어져 시경도 함께 다른 유교 경전들과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시경은 특히 다른 경전들에 비해 유가에서 가장 존중을 받았다.

유가에서 존중을 한 이유는 중국 문화에 그만큼 영향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주변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베트남 등 동양의 나라들은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시경은 동양 사상에 크게 기여한 고전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경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시가집이기 때문에 중국문학의 비조(鼻祖)라 일컬어진다. 그러므로 중국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을 시경을 읽지 않고는 공부를 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

시경은 말하자면 필수과목이었다. 다른 경전에도 시경을 인용한 글귀가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논어》 <위정편>에도 자왈(子曰) 시삼백(詩三百)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 사무사(思無邪) (공자께서 말하시길 시경에 시사백편을 한마디로 가려 말한다면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 라고 하였다. 시경은 이렇게 동양문학에서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문화권에서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정(性情)을 순화(純化)시켜 세상을 선하고 평화로운 사회로 이끈다고 믿었다. 특히 덕(德)을 숭상하며 사는 동양사회에서 세상을 다스리는 왕도정치는 시(詩)야말로 덕이란 교화를 이룩하는 가장 훌륭한 통지방법으로 인식되어 왔다. 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권력을 바탕으로 한 강요나 인위적인 법령 같은 것은 거의 배제되었다.

물론 시라고 해서 모두가 인간을 다스리는데 좋다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 중에서도 시경에 있는 시는 순박한 옛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노래한 시들로 현재까지 우리들의 마음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다시 《논어》 <팔일편>에 보면 시경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관저(關雎)는 즐거우면서도 음란(淫亂)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한다고 하였다. 시경 제일 처음에 나오는 시가 바로 관저다. 관저의 내용을 감상해 보자.

“구욱구욱 물수리는 황하 섬 속에서 우는데,

대장부의 좋은 배필 아리따운 고운 처녀 그리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이리저리 헤치며 뜯노라니,

아리따운 고운처녀 자나 깨나 그리웁네,

그리어도 얻지 못해 자나 깨나 생각하니,

그리움은 가이없어 밤새도록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올망졸망 마름 풀을 여기저기 가려 뜯노라니,

아리따운 고운처녀와 금슬 즐기며 함께 하고 싶네,

올망졸망 마름풀을 여기저기 뜯노라니,

아리따운 고운처녀와 풍악 울리며 즐기고 싶네.”

우리말로 지금 읽어봐도 이성을 그리는 시임을 우리는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문헌이든지 첫 장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를 두고 공자께서는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이다.

그럼 시경에 이 방대한 시를 누가 다 지었을까? 공자보다 약 350년 뒤에 태어난 사마천은 《사기》 <공제세가>에서 ‘옛날부터 시 삼천여 편이 전해져 왔는데 공자께서 그 중복된 부분을 빼고 예의에 합당한 것만을 골라 305편의 시를 역어 시경을 만들었다. 라고 기록되어있어 후세사람들은 공자의 작품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학자들에 따르면 공자께서 골라 역은 것은 맞지만 공자가 작가는 아니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공자가 모두 짓지는 않았지만 공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고 한다.

이경일 회사원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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